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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Sep 25. 2021

김중혁 <좀비들>

[내 마음대로 책읽기] 왜 좀비 이야기이지?

 신기한 소설이다. 뭐랄까,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다. 중간에 소설을 그만 읽을까도 생각했었다. 독자의 예측을 깨는 소설이 주는 재미도 분명 있겠지만,  소설은 예측의 벗어남이 긴장감을 주거나 흥미를 ,세배로 해주지는 않는  같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다.


소설은 안테나 감식반인 채지훈이 무통신지역인 고리오 마을에서 겪는 이야기이다. 군인들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그 마을은, 사실 자살을 하거나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돈을 주고 사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 소설에서는 어떤 방법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 좀비로 만들어 놓고, 그들을 사격 연습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군인들이 사람을 총으로 쏘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자신의 자살한 아들을 건네고 그 마을에 살게 된 홍혜정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되고, 그 마을의 한 노인과 함께 군대가 벌이는 일을 막을 생각을 한다. 하지만, 군대는 자신들의 계획을 알게 된 이들로 인해 좀비들이 사는 정글을 불태우고, 좀비에게 물린 채지훈의 친구 뚱보130을 위해, 좀비들을 이끌고 불타는 정글 속을 벗어나면서 소설은 끝맺게 된다.


출판일을 보니까, 네플렉스 영화 <킹덤>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출판되었다. 얼마 전, 킹덤 외전인 <아신전>에서 주인공 아신은 살해당한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는데, 소설 속 홍혜정은 자신의 아들 현이를 좀비 무리에서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숨기기도 한다. 영화 <아신전>은 복수를 위해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다지만, 소설에서는 상관관계가 조금은 약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 좀비들이 채지훈의 차를 쫓아가며 마무리 되었을 때, 이야기가 덜 끝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모든 사건은 이전 사건의 결과가 되고, 이후 사건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뚱보130이 좀비로 되자, 채지훈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간을 후회하기도 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그 전의 사건들로부터 기인하고, 오늘의 시간은 내일 벌어질 일들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만든 것이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로 말미암을 것이다. 조금은 두려운 말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내일 나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말일테니까 말이다.


김중혁 작가를  좋아하는데,  책은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다.    읽어 봐아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소설이라고 할까. 김중혁의 <좀비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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