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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08. 2021

박완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내 마음대로 책읽기] 노인들의 삶 이야기

작정하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보려고 동네 도서관에서 십여권을 빌려왔다. 생각보다 작가의 소설이 미국 도서관에 있어서, 그것도 많이 있어서 신기했다. 어느 책을 먼저 볼까 고민하기 전에, 무턱대고  권을 집어 들었는데, 9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단편집이었다.


20년도 더 전에 출판된 작가의 단편들을 묶어 출판한 책이다. 9개의 단편 가운데 7개는 노인이 주인공이고, 한편은 중년의 여자, 그리고 나머지 한편은 중년 남자가 주인공이다. 노인이 주인공인 단편들은 한결같이 삶의 어려움이나 감정의 어려움, 건강이나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쩌면 작가의 경험과 상상이 잘 버무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사돈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낮은 자존감, 수의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70년대 미국 이주민 등의 이야기들은 상당히 현실적이라서 재미도 있다. 작가가 왜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단편 소설집은 많은 경우 재미를 못 느끼는 편인데, 작가의 이 단편집은 재미가 크다.


책 말미에 작가는 짧은 꽁뜨 글 하나를 실었다.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집을 찾아온 기사가, 노인인 작가를 보며, 자식들에게 용돈이나 받으며 살지, 왜 컴퓨터로 일을 하냐고 묻는다. 작가는 컴퓨터로 글을 쓰노라고 대답을 했는데, 컴퓨터 기사는 작가가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은 알지 못한 채, 노인이 컴퓨터로 타자를 쳐서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냐고, 난다 긴다 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벌 수는 있겠느냐고 했더란다. 혼자 "풋"하고 웃고 말았다.


작가의 글은 흡입력이 강하다. 빌려 놓은 작가의 다른 책들을 계속 읽어야겠다는 동기 부여는 충분히 되었다. 박완서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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