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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24. 2021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내 마음대로 책읽기]

소설은 크게  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다. 가부장적 이념과 돈의 물신주의가 그것이다. 소설 , 유명한 의사인 영빈의 아내는  둘을 두고 있지만 어떻게든 아들을 낳고 싶어 두번의 낙태를 하고, 결국 40살이 되어서 아들을 임신하게 된다. 남편 영빈과 시어머니가 아들 못낳았다고 타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 없는 설움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반면, 영빈의 여동생 영묘는 재벌집 며느리이지만, 남편의 이른 죽음으로 어린 아들 둘을 키우는 과부이다. 남편의 병이 암이었지만, 남편의 유산이 아내 영묘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편 경호는 자신의 병이 결핵인줄 알고 있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돈 있는 집안은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경호의 죽음 이후에도, 아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누가 장례식에 왔는지를 알기 위해 비디오 녹화를 하고, 1주기 때에 그 비디오를 보면서 장례식 참석자들을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돈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소설 속 마지막에 등장하는 '치킨 박'은, 가난 속에서 어렸을 적부터 치킨을 튀기며 작은 가게를 장만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영빈에게 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도, 병원 지하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한다.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일구어 놓은 재산을 잃고 다시 가난으로 되돌아갈까 염려 되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생을 마감하는 자신을 칭찬해 달라는 유서를 남긴다. 재벌들의 모습과 대비가 된다.


돈은 아들의 죽음조차도 재산을 잃게 될 수 있을까봐 사람을 전전긍긍하게 만들기도 하고, 돈은 가족의 안정된 삶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사람 보다 돈을 더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세상인가 보다. 씁쓸하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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