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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28. 2021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 마음대로 책읽기]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책은 작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자서전이라고도   있겠다. 저자가 기억할  있는 가장 오래  시절부터 20살이 되어 한국 전쟁을 경험한 1950년까지의 기억을 일인칭 시점으로 풀어  것은 소설이라고   있겠고, 중간 중간 글을 쓰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자서전이라고  수도 있겠다. 어느 구분이든,  책은 참으로 재미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가는 개성 시내에서도 꽤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위로 오빠가 한명 있는데, 남편을 일찍 떠나보낸 작가의 엄마는 아들을 도시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서울로 간다. 작가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 엄마는 작가도 데리고 서울로 가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대문 밖의 가난한 곳에 살면서도, 문 안의 학교에 작가를 보냈고, 작가는 두드러지는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다. 시골의 자유스런 삶을 그리워 하면서 말이다. 서울에서의  악착같은 삶을 지나다보니 해방이 되었고, 작가가 대학을 간 첫 해, 한국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이야기는 1.4 후퇴 직전에 끝난다.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개성의 풍광이 멋스럽게 묘사되지만, 무엇보다도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한국 전쟁 직후의 서울의 모습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종종 보아 왔던 것도 물론 사실과 기억, 증언들에 기반을 두었겠지만, 작가의 기억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가 각색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고,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채 남아 있던 작가의 가족은, 서울 수복 이후 좌익으로 몰려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면이 생각이 났다. 그저 먹고 살려고 쌀이나 얻어 볼까 해서 자신의 이름을 남겼을 뿐인데, 그것이 빨갱이로 몰려서 총살을 당하는 장면 말이다. 한국 전쟁 중의 진짜 적은 이웃이었나보다.


작가가  책을 쓰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에 잠기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기록하면서, 그때의 풍광과 사건, 인물들을 하나씩 들추어 내면서 행복해 하지 않았을까.  기억의 가장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작가처럼 어릴 때가 아니었다. 아마 국민학교 3학년때가 가장 오래된 기억인  싶다. 그시절이 그리운 것은 가난했어도 세상 걱정 없이 살던 어린이였기 때문일거다. 생각 없이 살던  시절, 다시는 돌아올  없을  같은  시절이 그립다. 박완서의 <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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