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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Oct 31. 2021

박완서 <그 남자네 집>

[내 마음대로 책읽기] 추억은 몽글몽글

작가 박완서의 장편 소설인데, 소설을  읽고도 이것이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소설인지, 아니면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소설인지, 아니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지 혼동스러웠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을 , 특별히 작가의 어린 시절인 40-50년대 시절의 소설들은 작가의 기억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같은데,   < 남자네 >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면, 작가가 감추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것일텐데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한국 전쟁 직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 남자네 >  직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등장 인물도 홀어머니와 남편을 잃은 올케와 함께 사는 여자여서,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말을 하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어릴 적 살았던 곳을 가보고, 한국 전쟁 직후의 자신의 삶을 추억해낸다. 한국 전쟁 직후 너무도 가난한 시절, 아버지와 오빠는 죽고, 어머니와 자신, 그리고 올케, 그리고 어린 조카와 사는 주인공은, 꽤 먼 친척인 한살 어린 '그 남자'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주인공은 미군 부대에서 알게 된 은행원과 결혼을 하게 되고, 4명의 자녀를 낳으며,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사랑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시어머니의 집착에 가까운 미신 숭배와 돈에 관해서는 철저한 남편으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삶의 큰 어려움은 없다. '그 남자'와의 추억이 간간히 나오지만, 소설은 주인공이 살았던 50년대의 서울 풍경을 잘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추억으로 간직한 '그 남자'와 '그 남자네 집'에 대해 마음 깊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소설에는 여자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한다. 먹는 것에는 집착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음식 솜씨가 좋은 시어머니, 남편 잃고 혼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장사 수완을 발휘해서 돈을 벌게 된 올케, 자신 대신 미군 부대에 취직을 시켜 주었지만, 결국 돈을 벌어 동생들을 먹여 살아야 할 사명감으로 성을 팔고 살았던 춘희.


주인공이 '그 남자'에 대해 추억하는 것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안타까움, 그리고 가여움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노년이 된 주인공은 '그 남자'의 부고 소식을 듣고, 마지막 만났던 그때를 추억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그때의 추억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젊은 날의 따뜻했고 설레는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춘희 이야기가 재미있다. 옛날 이민 1세대들은 어떻게든 자식들이 미국 땅에 잘 정착하도록 하기 위해 영어만 가르쳐 주었는데, 이민 2세대는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풍경이기도 하다. 정작 부모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면서도, 자식들은 한국학교에 매주 보내는 이민 2,3세대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이야기가 작가의 경험이든 만들어낸 이야기이든, 재미있는 책이다.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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