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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Nov 02. 2021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내 마음대로 책읽기]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책은 작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의 두번째 책으로   있다. <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1951 1.4 후퇴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4 후퇴 부터 1953 작가가 결혼을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한국 전쟁 동안 서울의 주인이 인민군에서 국군으로, 다시 인민군으로, 그리고 또 다시 국군으로 바뀌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 전쟁 당시의 서울의 생활상을 이토록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시대상이 잘 보여진다. 며칠 밖에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서울 대학 학생이라는 이유로, 작가는 인민군에게 이끌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월북을 할 뻔하기도 했고, 같은 이유로 향토방위군의 일원이 되어 홀로 피난길에 나서기도 한다. 작가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시절 작가는 얼마나 심장이 벌렁거리며 죽을 고비를 가까스로 넘어섰을까 싶다.


미군 피엑스에서의 일년 남짓한 동안의 생활 이야기는 전쟁 상황에서도 서울의 생활이 어떠한지 잘 보여준다. 더군다나,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리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박수근 화백이었고, 화가들을 담당하는 22살의 작가가 그들에게 상당히 버르장머리 없게 말하고 행동했다는 것은, 솔직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초상화를 그리는 곳에 있던 박수근 화백이라니. 화백은 작가를 어떻게 기억했을지 궁금하다.


이 책은 소설 <그 남자네 집>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그 남자네 집>은 작가의 경험에 기반을 둔 소설이고, 이 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적으로 작가의 경험을 들려준다. 유사한 것이 많은데, 주인공은 당연히 작가이고, 작가 주변 인물들 (어머니, 올케, 두 조카), 작가가 미군 피엑스에서 일한 것, 작가가 좋아한 먼 친척의 한 살 어린 남자 동생도 같은 인물이다. 다만, <그 남자네 집>에서는 피엑스에서 만난 은행원 출신과 결혼을 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작가는 토목과 관련된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 남자네 집>에서는 결혼 이후에도 먼 친척 동생을 향한 애정이 꽤 오래 지속 되어서 낮 시간에 몰래 데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그것이 작가의 경험인지 허구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같아서 재미있는 책이다. 보통 한국 전쟁 당시의 이야기라고 하면, 역사 책에서 듣는 전체적인 그림이 대부분인데, 전쟁 가운데서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를 할머니에게 듣는  같아서 좋았다. 박완서의 <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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