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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Nov 03. 2021

박완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내 마음대로 책읽기]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

초등학생, 내가 어릴 적에는 국민학생 때였는지 중학생 때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단칸방에 곤로를 사용하고 17가정이 푸세식 화장실 2개를 나눠 쓰던 가난한 시절,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엄마는 당신의 못배움을 한탄이라도 하듯이 나를 위해  방문 판매원에게 세계문학 전집 한질을 사셨다. 32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디세이> <일리아드>부터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 도시 이야기>  제목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제목만 기억이 난다. 어린나이여서 그랬는지, 책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  비싼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것들을 고물상에 팔아버렸다.


청소년기에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책을 좀 읽기 시작했고, 대학원에 들어가고, 그리고 미국에 오고 나서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박사 논문을 쓰면서도 논문과 상관없은 책을 읽어댔었고, 학위를 받고 난 후에는 활자중독이 더 심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읽는 재미가 더해지니 신기하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는 것는 이유는, 한권의 책을 읽고 난 뒤에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어떤 느낌과 감정을 가졌는지를 기록해 두고, 나중에 지금의 생각을 되돌아보기 위함이다. 작가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그런 류의 글이다. 작가가 틈틈히 기록한 짧은 산문들,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들을 묶어 놓은 책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글을 쓰는 분들의 특징은, 작은 사건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더 넓고 깊게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부러운 재능이다.


학위 논문을 쓸 때, 논문이나 학술 서적을 읽는 것이 내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다. 마냥 읽을만큼 읽고 나서 글을 쓸 때는 너무도 힘들었다. 하루에 한 문단을 쓰지 못한 적도 있었고, 어느 가을에는 읽기만 잔뜩 했고 한 줄도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글쓰기가 어려운데, 박완서 작가의 글은 손쉽게 쓴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작가도 글의 해산의 고통을 경험했겠지만 말이다.


 글쓰기의 정당성이  굳게 되었다.  글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을지라도, 내가 글을 씀으로서  생각을 정리할  있으니까 말이다. 작가의 책을 여러권 읽다 보니, 작가의 과거 이야기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오래 알고 지난 할머니 같은 느낌이 든다. 박완서의 < 가본 길이  아름답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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