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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Nov 30. 2021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내 마음대로 책읽기] 애절한 모성

 책은 박완서 작가가 교통사고로 젊은 아들을 잃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기록한 일기와, 90년대 초반 발표한 5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단편 소설들은 물론 재미 있지만, 아들을 잃은 작가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사적인 일기를 엿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읽기를 망설였었다.


25살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은, 사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감정일게다. 카톨릭 신자였던 작가는 창자가 찢어지는 경험을 날마다 하며 끊임없이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무슨 말이라도 듣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작가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했다.


작가의 일기를 보면서 이어령 교수의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와 제럴드 싯처의 <하나님 앞에서 울다>가 생각났다. 장성한 딸을 먼저 보내는 아비의 마음을 보여주는 이어령 교수의 책이나,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게 된 제럴드 싯처의 책이나, 읽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상상만으로도 내 자식이 내 옆에 없다는 것은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의 일기와 더불어 단편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 <가는 , 이슬비>, < 타임의 모녀>, <꿈꾸는 인큐베이터>, <오동의 숨은 소리여>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는 보기 힘든 소설들이다. 지금껏 읽은 소설들은 젊은  작가의 경험이 깊게 베어 있는 것들이었는데 (<나목> 그러한 책이다)  책에 담긴 단편들은 다른 결인  같다. 한편씩 읽으며, 새삼 작가가 대단한 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인물의 섬세한 묘사가 나로 하여금 글에 몰입시키도록 한다. 박완서의 < 말씀만 하소서>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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