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중학생 때, 천국을 보고 왔다는 목사님의 이야기를 간증으로 들은 기억이 난다. 그 분은 천국도 보고 왔고 지옥도 보고 왔다고 말했다. 천국에는 금으로 된 도로가 있고,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맨션들이 있다고 했다. 지옥에 대해 설명하면서는, 커다란 칼을 강단에 올려 놓고, 그 칼로 베임을 당하는데도 죽지 않고 계속 고통을 당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을 믿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꽤 오래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스>를 읽은 적이 있다.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그 책도 완전한 죽음, 세상으로 연결된 끈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의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밝은 빛을 본 주인공이 그 빛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소설이 끝나는 것으로 기억 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인 미치 앨봄의 최근 소설을 발견했다. 천국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기도 했고,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다. 이 책은 천국의 실재에 대해 왈가왈부 할 책은 아닌 것 같다. 기독교인으로서 이 책을 보며 천국이 정말 이럴까 하는 관심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죽음과 천국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인간의 삶은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사람들과 연결된 삶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주인공 애니는 외롭고 슬픈 삶을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지만, 하루만에 죽음을 경험한다. 천국에 간 애니는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다섯명의 인물 (애완동물을 포함해서)을 만난다. 그들을 만나서, 애니는 자신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살았었는지 알게 된다. 손 접합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람, 외로움을 달래 주었던 애완동물, 자신 대신에 목숨을 잃게 된 사람, 오해로 점철된 엄마를 만나며, 애니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삶을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미국에 산지 13년째다. 그 동안 다양한 일들이 내 삶에 벌어졌다. 슬픈 일, 기쁜 일, 마음 아픈 일, 황당한 일.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삶이 되었다. 나 혼자만의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발생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내삶은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지고, 더 기쁘게 될 것이다. 10학년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미치 앨봄의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