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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Dec 07. 2021

김훈 <공무도하>

[내 마음대로 책읽기] 하루를 살아내는 것

 제목을 보고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책을  읽기까지는 검색을 해보지 않았다. 소설은 해망이라는 해안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몇몇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얽혀 있다. 신문사 기자 문정수와 출판사 편집인 노목희를 중심으로, 아들을 개에 물려 잃은 어머니, 능력 있지만 백화점 화재때 보석류를 훔치고 낙향한 소방관, 베트남에서 시집  물질하는 여자, 노동 운동을 했지만 동료들을 밀고하고 도망을 쳐서 해망에 정착한 사람, 해망의 간척지 공사  딸을 잃은 농부. 이들의 이야기가 해망의 간척지 사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검색 엔진을 통해서 '공무도하'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았다.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익사 사건이 있었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가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되고, 그 아내가 슬퍼 하며 스스로 몸을 물에 던져 죽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옥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 물에 빠져 죽었으니 / 장차 임을 어이할꼬."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공무도하가'의 이야기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작가가 이러한 제목을 붙였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개시켰을까 말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떴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아들을 잃은 엄마도, 딸을 잃은 아빠도, 베트남에서 시집온 젊은 여자도 어떻게든 살아낸다. 신문 기자 정문성은 세상 속 온갖 다양한 사건의 이야기를 신문 기사로 낸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지게 된다. '공무도하가'는 강이 중심 소재인 시이고, 소설은 해망이라는 어촌마을이 중심 장소이다. 물이 매개로 작동하는 것 같다.


김훈 작가의 소설 가운데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글의 스타일이 다른 소설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같다. 여전히 짧은 문장을 사용하지만, 여러 이야기를 짧게 교차 되어 장면 전환이 상당히 빠르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글은 생동감이 넘친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지나간 날들처럼 그저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유일한 날을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김훈의 <공무도하>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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