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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Jan 12. 2022

김영하 <퀴즈쇼>

[내 마음대로 책읽기] 성장하는 삶

주인공 민수는 20 후반의 대학원 졸업생이다.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민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의 빚까지 고스란히 넘겨받게 되고, 할머니가 남긴 집은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한평  되는 고시원에서 살게 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집을 팔고 고시원에서  동안, 민수는 인터넷 퀴즈쇼에 매몰되어 날밤을 지새운다. 연상되는 단어를 대면 맞추는 퀴즈쇼에서 민수는 지원을 만난다. 지원은 퀴즈쇼를 제작하는 작가  한명인데, 둘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민수는 지원의 삶과 비교했을 ,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비관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퀴즈를 푸는 단체 같은 곳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결국 그곳을 도망치고  ,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이   있는 , 그것이 어떤 일이든 그것을 하려고 한다. 물론 지원과도 재회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민수로 대표되는 20대 청년의 가치관, 즉 민수는 자주 무슨 일이든 포기가 빠른 사람이다. 사생아로 태어나고, 할머니 손에서 크다가, 빚을 떠넘겨 받은 삶은, 앞이 캄캄한 터널 가운데 놓여 있는 청년들을 대표하는 듯 보인다. 민수는 어차피 노력해도 할 수 있는 일, 되고 싶은 것은 이룰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고, 자신의 처량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밤이 새도록 퀴즈쇼에 매몰되기도 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금방 그만  두게 되고, 지원과의 사랑도 진전시키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고시원 옆방녀의 죽음과 퀴즈만을 위해 합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갈등을 통해, 쉽게 포기하는 것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처음부터 한발자국씩 내딛게 된다.


20대 청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쉽게 자신의 상황을 보고 앞으로 한걸음 내딛기가 어려워진다. 어차피 실패할 걸, 어차피 잘 안될걸, 어차피 빽이 없는걸, 등의 생각으로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하는 삶을 사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이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 싶다. 좋은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야 앞날도 창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시원에서 민수 옆 방에 살던 여자는 9급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살고 있는 삶에 좌절을 거듭하다가 고시원 방 문 고리에 수건을 둘러 목을 매고 죽음을 선택한다. 어쩌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빽 가지지 못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을 보면서 미리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싶다.


박사 공부할 ,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더랬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한번에  걸음씩, 조금씩 가다보면, 결국 졸업이라는 문을 통과하게 된다고. 너무  미래만을 바라보며, 상대방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에 미리 좌절하지 말고,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다보면, 결국 삶의 결승점에 도달하지는 않을까.  결승점이 다른 이들보다  멀더라도,  험하더라도, 결국 그곳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하의 <퀴즈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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