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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Jan 14. 2022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 마음대로 책읽기] 불편한 소설

마음이 불편한 소설이다. 어쩌면 소설의 내용이 실제에 가깝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10 후반의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이야기, 그들이 얼마나 문란하게 사는지에 대한 자세한 묘사, 그리고, 작가의 마지막 글에서 엿볼  있듯이,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존 인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아직도 혼돈스럽다. 작가가 마지막 챕터에 붙여서, 작가 자신의 화법으로 어떻게 이러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누구를 만났는지,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소설적 기법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작가의 말로 붙여 놓은 것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소설은 불편하다.


제이는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변기에 빠져 죽을 수 있었지만, 근처에서 노점을 하던 여자가 데려다 아들로 키웠다. 제이는 동규네 건물에 세들어 살았다. 동규와 제이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동규는 늦게까지 말을 못해서, 제이는 찢어질 듯 가난해서 친구가 없었다. 동규네 동네가 재개발을 하면서 동규네는 이사를 가고, 제이는 엄마(라고 알았던 여자)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거리를 헤매던 제이는 오토바이를 타던 목란을 만나고, 폭주족 생활을 한다. 그들은 여자들이 성을 팔아 번 돈으로 흥청망청 살고, 수컷들의 주먹 다짐으로 제이는 리더의 위치에까지 오른다. 밤마다 오토바이를 타며 폭주를 하는 그들을, 경찰 승태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며 이해하려고 한다. 삼일절을 앞두고 제이를 중심으로 수천대의 오토바이들이 폭주를 하고, 승태를 비롯한 경찰들이 총출동해서 그들을 해산시키려 한다. 결국, 제이는 한강에 빠져 실종이 되고, 목란은 크게 다쳐 병원에 가고, 동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동규는 성인이 되고 자살을 한다.


작가는 10대 가출 소년소녀들의 생활을 상당히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그들이 하우스라는 곳에서 어떻게 문란하게 살아가는지 말이다. "정말 그렇다고?"라는 모범생적인 질문이 튀어나오지만, 작가는 실제라고 말한다. 가정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그들, 여자들은 성을 팔고, 남자들은 배달을 하고, 밤마다 오토바이를 타며 자신들의 자유를 만끽한다. 세상에서 누가 그들을 인간답게 대우할 것인가? 아주 오래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씨가 폭주족들에게 오토바이 헬멧을 씌우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폭주족들은 헬멧이 필요 없다. 그러면 멋이 안나니까.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사회에서 누가 그들을 품어줄 수 있을까. 꼴보기 싫은 패배자들, 사회악으로 치부하지는 않을까.


세상의 많은 단체들이, 교회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수준을 재서 편을 갈라 놓는다. 그 수준에 들어오지 못하면, 소위 말하는 '입학시험'에 패스하지 못하면, 단체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자녀를 키우는 부부는 쉽게 교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지만, 한가지라도 튀는 부분이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부모에게 버림 받고 거리로 내몰린 그들은 교회의 구성원이 되기가 무척 힘들다. 이미 교회 멤버인 사람들이 "No"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나도 그들을 보면 혀부터 찼었다 (그러고보니, 캘리포니아에는 오토바이 폭주족이 없어 보인다). 그들의 끈기 없음, 문란한 생활, 미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삶을 탓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의 삶은 어른들의 이기주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손가락 들어 비난하고 욕하기 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소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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