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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n 05. 2021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1996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지만어느새 넌 내게 성큼 다가와 있었다어둠 속을 걷고 있던 와중 별빛처럼 반짝이는 너에게서 나는 시선을 거둘 줄 몰랐다칠흑 같은 어두운 길에 유일한 이정표 같은 밝음에 나는 홀린 듯 이끌렸다여러 사람들 틈에서그 혼잡한 와중에 서서히 빛을 발하는 너를 향해 점점 커지는 마음은 확실한데그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네가 왜 좋으냐고 누가 묻는데 나는 무어라 할 줄 몰랐다손도팔도낯도 아니고 신체의 어느 부분 때문이 아니었다너의 반짝거림에 어떤 이름을 붙여도 상관없이 나는 그저 그것이 너이기에 좋았더랬다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끝내 알 길이 없던 너의 반짝임은 곁에 선 나까지 밝게 하는 것이었다나의 마음에도 밝게 조명을 켠 듯 훤히 내 마음을 읽는 너는 함께하는 1시간을 1분으로 만들어주었다가슴에 사무치는 사랑이 어쩐지 너무나 무모하고 너무나 갑작스러워서무심코 사랑한다 말해버린 순간이 후회되기도 했지만그렇게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학교를 파한 아이처럼 기뻤다.

   

그러나 너와 헤어질 때는 침울한 낯으로 학교에 가는 아이처럼 슬펐다홀로 집에 가는 길은 너무 조용하고 외로웠다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너와 멀어지게 하는 장애물이란 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너와 다시 만날 내일이 스무 해처럼 멀게 느껴졌다사랑의 그림자만으로도 그렇게 기뻤는데 그것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달콤할까나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일 수 있는데라며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을까너에게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쏜살같이 달아나는 시간을 탓하곤 했었는데나는 이제 네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힌다다이아몬드처럼 밝게 빛나던 너를 그리며 그것과 닮은 밤하늘의 별을 탓해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운명의 별들아 멋대로 해라내 셔츠를 찢어 피를 멈췄지만네가 떠나가는 건 멈출 수 없었다떠나는 널 붙잡을 수 없다면따라갈 수밖에.


#로미오와줄리엣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클레어데인즈 #바즈루어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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