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 2010
하루하루 정진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노라 말하며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높이 오르길 원했다. 어느 날엔가, 평소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높이 오를수록 경치가 더 아름다웠다. 바람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졌다. 햇살과 수풀의 냄새였다. 그 달콤한 향기로 내 폐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네게 어서 올라오라고, 와서 같이 이 경치를 눈에 담자고 말했다. 네가 올라온다면 기꺼이 손을 뻗어 끌어올려줄 것임은 당연했다. “팔을 삐끗해서, 두드러기가 났어.”라는 너의 이상한 변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올라 보고 있노라면 어떨 땐 석양이 보라와 분홍인데, 어떨 땐 강렬한 주황으로 지평선의 구름에 불을 지폈다. 너를 향한 마음도 매일같이 샘솟아서 이 넘쳐나는 마음을 네게 주기 바빴다. 오늘 네게 이걸 주고, 내일은 다른 걸 주고, 내일의 내일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너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높이 올라야 하는 것이 당연했기에, 너에게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석양이 때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건 저 높이 올랐던 해가 나와 눈을 마주쳐주기 위해 내려오면서 그랬던 것이 아니던가. 나는 네가 올라오기만을 바라고 기다렸지, 네가 있는 곳으로 내려갈 생각은 못했었다.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곳에 닿는 것에 비하면 내가 잠시 내려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내 딴엔 너를 향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건넨다고 했는데, 위에서 쏟아지는 걸 받아야 할 너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해 땅에 떨어져 깨어지고 말았다. 내가 너를 향해 점차 내려올수록 너를 받아들이는 곳도 머리에서 눈으로, 가슴으로 점차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너의 오색찬란함을 본다. 비 온 뒤의 무지개처럼. 그렇게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는 비가 내리는 동안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플립 #매들린캐롤 #캘런맥오리피 #존마호니 #로브라이너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