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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22. 2021

<플립>

Flipped, 2010

하루하루 정진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노라 말하며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높이 오르길 원했다어느 날엔가평소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높이 오를수록 경치가 더 아름다웠다바람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졌다햇살과 수풀의 냄새였다그 달콤한 향기로 내 폐를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나는 네게 어서 올라오라고와서 같이 이 경치를 눈에 담자고 말했다네가 올라온다면 기꺼이 손을 뻗어 끌어올려줄 것임은 당연했다. “팔을 삐끗해서두드러기가 났어.”라는 너의 이상한 변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렇게 매일 올라 보고 있노라면 어떨 땐 석양이 보라와 분홍인데어떨 땐 강렬한 주황으로 지평선의 구름에 불을 지폈다너를 향한 마음도 매일같이 샘솟아서 이 넘쳐나는 마음을 네게 주기 바빴다오늘 네게 이걸 주고내일은 다른 걸 주고내일의 내일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너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에겐 높이 올라야 하는 것이 당연했기에너에게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석양이 때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건 저 높이 올랐던 해가 나와 눈을 마주쳐주기 위해 내려오면서 그랬던 것이 아니던가나는 네가 올라오기만을 바라고 기다렸지네가 있는 곳으로 내려갈 생각은 못했었다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곳에 닿는 것에 비하면 내가 잠시 내려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내 딴엔 너를 향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건넨다고 했는데위에서 쏟아지는 걸 받아야 할 너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해 땅에 떨어져 깨어지고 말았다내가 너를 향해 점차 내려올수록 너를 받아들이는 곳도 머리에서 눈으로가슴으로 점차 내려왔다내려오면서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너의 오색찬란함을 본다비 온 뒤의 무지개처럼그렇게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는 비가 내리는 동안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플립 #매들린캐롤 #캘런맥오리피 #존마호니 #로브라이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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