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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Aug 25. 2021

<키싱 부스>

The Kissing Booth, 2018

이 철딱서니들마저 안대를 쓰고 입을 맞춰도 상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채는데그간 해왔던 익숙한 움직임을 취하는데대체 요하네스는 왜 넬리를 알아보지 못했나.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거듭되며 사람에게 갖는 기준치도 점점 높아져만 간다누군가의 사랑에 대해 말할 땐 척척박사인 듯 말하지만 정작 내 사랑을 할 땐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어수룩한 실수를 반복한다그 많은 사랑 이야기를 보고 읽었지만 내 사랑 앞에선 왜 이리도 바보가 되는지그래도 경험은 좋은 스승이며 중학교 진학반에 있던 시기에서 3학년 1학기 정도까지는 성숙해졌나 싶기도 하다길을 가면 뭇 사내들의 시선을 받는 예쁜 외모는 아니어도 상관없다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비싼 명품을 옆에 끼고 다니려는 건 아니니까본성이 악하지만 않으면 눈에 띄는 어떤 단점들이 있어도 사랑하는 것에 주저함은 없다아니애초에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해야지라고 결심하고 찰흙을 빗듯 마음을 만드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뭉게뭉게 커져버렸음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까다로울 대로 까다로워진 기준치들을 단번에 허무는 무엇이 있다면 1초 만에도 사랑에 빠진다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이 아이와의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생각이 드는 사람이면그런 시선으로 날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끔 책과 영화에 시선을 쏟는 사람이라면어떤 사람이든 후에 내가 당신을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웃음이 지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그렇게 시작한 마음은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본 뒤에오만정 다 떨어져서 다신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몸과 마음을 다 쓰고 난 후에나 헤어진다말이 앞뒤가 좀 안 맞긴 한데그런 사람이어야 시작할 수 있고어설픈 멜로 영화처럼 끝을 내고 싶진 않다사랑하니까아프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끝을 맺고 싶다.


글쎄고등학교 심화반 뒷자리에 앉았던 아이를 좋아했을 때 그 애가 추천해준 <Angus, Thongs and Perfect Snogging>(2008) 정도가 내가 본 마지막 하이틴 멜로가 아니었나 싶다(이 문장의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2011)를 본 기억이 떠올랐지만 수정하고 싶진 않다).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왜 주인공들의 병신 같은 짓은 변함이 없나가지 말라고 붙잡는 내 사랑을 두고 왜 쌩하니 가버리나왜 뒤늦게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애원 하나. 왜 사고 쳐놓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나.라고 나에게 묻는다이제는 유치하다고구시대적이라고그냥 못 만든 영화라고 하지만누구나 해봤을 어린 날의 실수후회 같은 것들이 있다.


I am so sorry for ever making you feel lke anything less than the most important person in my life. If you give me another chance, I promise I will never...


그중에서도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게끔 표현하지 못한 사랑들은 아픈 기억이다속으론 이 우주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정작 그렇게 느끼게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속상하다뜨거웠던 여름날은 빠르게 시들었다까맣게 타버리고 가쁜 숨만 내쉬는 잿더미처럼 타버렸다이제는 그것을 느끼기 위해선 마법을 부리는 부스에나 들어가야 가능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내가 어디에 있든 내일은 너무나 가깝고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


#키싱부스 #조이킹 #조엘코트니 #제이콥엘로디 #메건영 #빈스마르셀로 #영화


왓챠 예상별점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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