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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Nov 17. 2021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2003

마치 신비경을 보는 것 같았어요너무 예뻐서요이렇게 예쁜 걸 그대로 가만히 두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싶었어요그 키스매일 걷는 걸음걸음마다 떠올렸어요찰나였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 몇 글자나 되나 세어봤는데 정말 얼마 안 돼요그런데도 항상 그리워요몇 번이고 다시 되뇌며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새겼어요매일 당신을 기다렸어요당신 얼굴을 너무 보고 싶었어요잠에서 깨어났을 때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저리다면 그건 뭐라고 표현하죠당신과 나 사이에 남은 게 이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더라도나 우리가 함께한 기억이 든 호수에 잠겨 밤새 뒤척일래요당신과 나 사이를 잇는 게 이 비참함뿐이더라도 저는 놓지 않을래요시간이 흘러 먼지처럼 날아가는 기억들을 내가 어찌할 순 없지만 수천 번 다시 생각하며 당신의 것으로 채워둘래요너무 많이 덮었다 펼쳤다를 반복해 해지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종이에 새겨 읽을래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당신의 이름 세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아려와요내 편지 받았어요주신 편지는 항상 지니고 다녔어요떠날 때 주신 책에 끼워서요바트램 책에기회 있을 때마다 편지를 썼어요못 받았으면 지금 간단하게... ‘잘 지내기를날 잊지 않기를당신은 내가 어둠에 빠지지 않게 지켜줘요.’ 우린 서로를 잘 몰랐고 만난 적도 몇 번 없었어요하지만 제겐 수천 번이었어요그 순간들은 마치 다이아몬드로 가득 찬 주머니 같았죠현실이건 상상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당신의 목선그건 현실이니까당신을 끌어안을 때의 내 손길처럼.


지금도 당신이 너무나 보고 싶지만허락한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당신에게 달려갈 나이지만두려워요당신이 내 안을 들여다볼까 봐. 영혼이라고 부르나요그걸 들여다볼까 봐난 너무나 두려워요난 망가졌어요내 목숨까지 내놓으려 했지만 난 준비가 돼있지 않았어요내 안에 선함이 있었다면 다 잃었어요부드러움이 있었다면 이미 총에 맞았어요그런 짓을 하고그런 광경을 보고 어떻게 편지를 쓰겠어요아무리 당신을 기억하려 애를 쓰고 기를 쓴다고 해도 남은 건 파편들이고그게 나의 어디를 찌르는지 알지만결국 그게 나를 터뜨릴 것임을 알지만 나는 오늘도 별 수 없네요.


#콜드마운틴 #주드로 #니콜키드먼 #안소니밍겔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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