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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May 19. 2023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2023

 젊은 모델 야야(샬비 딘)와 칼(해리스 디킨슨)은 성적 역할이 나뉘지 않고 평등해야 함을 두고 싸운다함께 방으로 향해야 하지만 야야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이미 내린 칼은 자꾸만 닫히는 문을 반복적으로 막아선다결국 감정이 폭발하고야 만 칼이 더 이상 문을 막는 것을 그만두고 야야는 엘리베이터와 함께 내려간다네모난 호텔 건물 안의 네모난 엘리베이터의 안과 밖에서 둘은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해 뾰족한 날을 세운다국적도인종도피부색도 다르며 생김새도 모두 다른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르고자 오디션을 볼 때디렉터나 디자이너가 원하는 모습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갖고 있는 이목구비가 각자 다르지만그들이 어떤 브랜드의 쇼에 서느냐에 따라 표정도 일관되게 달라진다칼의 오디션에선 미간의 인상(슬픔의 삼각형)을 펴기 위해 보톡스를 맞아야 되겠다는 말도 나온다.


호화스러운 크루즈 여행을 떠난 칼과 야야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부자들을 만나게 되고크루즈에는 그런 부자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역시 다양한 직원들을 만나게 된다값을 지불한 부자들과 그에 노동을 제공할 직원들 사이의 계급이 형성된다소수의 부자들과 다수의 빈자들이 삼각형을 이룬다꼭 이 영화 안의 크루즈만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피라미드일 것이다영화에선 이 피라미드 구조에서 발생한 들을 반복해서 언급한다비료 사업을 하는 러시아 자본가는 소위 똥의 왕이 됐고탈세를 일삼는 이들의 행위는 개똥 같은 행위로 "bullshit"이라 불린다야야가 선 화려한 패션쇼는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쇼에 참석한 인사를 메인좌석에 앉히기 위해 인근 좌석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이들을 모두 내쫓는다공교롭게 맨 끝좌석에 앉아있던 칼은 앉을자리를 잃게 되기도 하며자본주의를 수호한다며 수류탄 제조업을 하는 노부부가 사랑을 위해 건배할 때의 상황은 모두 똥이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한발 더 나아가 포착한 똥은 영화의 3부에서 기존의 삼각형이 뒤집혔을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기상악화와 모종의 사건으로 배가 난파되고 무인도에 떠내려간 8인은 원시의 모계사회를 구축한다크루즈에선 부자들의 오물을 치우던 에비게일(돌리 데 레온)만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불을 피우고요리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능력에 의한 구조는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에비게일이 지배자로서 독차지한 구명정에서의 칼에게 행하는 성착취는 다른 문제다크루즈에서 IT업계에서 활약하는 백인 남성이 짧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의 다리를 훔쳐볼 때에 느껴지는 역겨움은에비게일의 것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다순간적으로 전복된 계급에서 비롯한 묘한 쾌감마저 들 수 있다.


칼이 야야와 헤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강요하지 않을 테니 스스로 결정하라는 에비게일의 말은 역시 똥이고섬의 반대편에서 발견하게 된 호화 리조트의 출입구인 엘리베이터를 발견했을 때 야야가 에비게일을 돕고 싶다며 자신의 비서가 되겠냐는 말에 에비게일은 자신이 더 이상 이 시스템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데이비드 흄은 힘은 언제나 피지배자인 민중에게 있지만 민중은 지배자에게 종속된다는 역설을 말했다에비게일이 돌을 들고 야야를 해치려 다가가는 것에서 카메라는 뒤늦게 둘에게 달려가는 칼을 보여준다야야가 이번에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슬픔의 삼각형>의 개인적인 감상은그렇게 알 수 없음에서 끝났다는 것이다깊게 사유할 필요 없고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이다단순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 반이 흘러있다장점이라면 장점일 테고단점이라면 단점일 것.


#슬픔의삼각형 #우디해럴슨 #해리스디킨슨 #샬비딘 #돌리데레온 #즐라트코부리치 #비키벌린 #루벤외스틀룬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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