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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l 28. 2023

<밀수>

Smugglers, 2023

한 차례 장마전선이 지나간 후 야외에선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더위다. <밀수>는 시원하게 냉방이 유지되는 영화관에서 역시 시원한 제로콜라를 마시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후에 OTT로 접하면 지금보다 훨씬 감상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일단 오늘은 괜찮았다.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과 <짝패>(2006)의 열렬한 지지자로서류승완 감독은 <밀수>와 같은 영화를 더 밀고 나아가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존재가 되어줬으면 싶다. “함께 있을 때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라는 영화 <친구>(2001)의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는 류승완 감독이 정두홍 무술감독과 직접 연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영화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짝패>, <아라한 장풍대작전>류승완의 히트작 <베테랑>(2014)도 그의 영화가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두가 일류가 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데세상은 녹록지 않다. 내 딴엔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지만 계획이란 건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다. <밀수>라는 건 단지 물건에만 해당되는 단어가 아니라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들 밑에 숨어있는 계획들계략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밀수>가 취한 설정은 단순하다밀수를 주선한 브로커와 실제 밀수를 하는 자그리고 그것을 감시하는 세관이나 경찰 정도의 이들이 밀수품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근데 그것을 표현하는 이들이 조인성과 김혜수그리고 염정아와 김종수라는 베테랑들이다김혜수는 본인이 배우로서 오른 위치를 이용해 후배 배우들을 이끌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한데그래서 여배우들로 결성된 어벤저스는 마블의 것 못지않다.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베테랑 2>에 정해인 배우가 캐스팅된 것도 그렇지만류승완 감독은 말끔한 마스크의 배우가 빌런 역할을 맡았을 때에 주는 쾌감을 믿는 것 같다. <모가디슈>(2020)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인성에게 구태여 클로즈업을 당기며 그의 긴 피지컬에서 나오는 화려한 액션을 감상케 만들었다단지 잘생겼다 뿐 아니라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만 놓고 보면 근래 비교할 정도가 없을 정도의 타격감을 선사하는 것이었다김혜수와 염정아도 못지않다인근에 화학공장이 들어서 바다가 오염되는 바람에 밀수를 하게 된 해녀들이란 설정을 띄곤 있으나 이들이 뛰어든 바다도 역시 시원시원하다진짜 바다는 아니더라도수중 액션을 멋지게 소화해 낸 배우들과 그것을 촬영한 촬영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류승완은 역시 액션이다.


그저 시대적 배경 탓에 한복을 입고 있던 옥분(고민시)이 논개 역할을 한다던가 크게 생각지 않고 있다가도 계산돼 있는 장치들이 눈에 일차원적으로 보이긴 하지만그 단순한 맛이 있다영화의 성격과는 다르게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장인한 장면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시원한 액션물이 아닐까.


#밀수 #김혜수 #염정아 #고민시 #조인성 #김종수 #박정민 #김재화 #박경혜 #박준면 #주보비 #정도원 #류승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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