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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an 27. 2021

<세자매>

Three Sisters, 2020

가족만이 치유해줄 수 있는 상처가 있고또 그런 가족이기에 주고받는 상처도 있다. <세자매>는 오래전 상처를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각자의 삶을 사는 세 자매의 삶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첫째 희숙(김선영)과 또 항상 나는 쓰레기야라는 말을 달고 사는 대학로 연극판을 떠돌던 미옥(장윤주사이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교회 성가대 지휘자이자 집사인 미연(문소리)의 모습은 세상의 불운을 이 셋이 모두 떠안은 것처럼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승원 감독 특유의 날 선 이미지의 특징이기도 하겠다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2018)에서 굳이 그 무덤 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듯굳이 저 피 흘리는 장면이 필요했을까 싶지만애초에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등받이에 나를 파묻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것들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어딘가 모르게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감독이 원하는 지점까지 도달하게 하는 장치로써 작용한다삶이라는 파도에 쓸려 해변으로 밀려난 세 자매는 굳이 거센 파도를 뚫고 모여서 자신들의 상처를 마주하고 쓰다듬으려 한다이리저리 몰아치는 파도에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캐릭터들을 제대로 소화하는 세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초반부터 인물들을 밀쳐내는 파도가 워낙 거세서 종국에 이르렀을 때 그것에 공감하거나 이입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허무한 결말일 수도공감을 했다면 그보다 큰 고래는 없을 수도 있겠다이전 세대의 보수적인 아버지들이 희숙이 하루에 몇 백번도 더 하는 그 말을 한 번이라도 더 일찍 했더라면아니 애초에 그렇지 않기 때문에 희숙이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지도.


#세자매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 #이승원 #영화


제목이 <세자매>인데 공개된 스틸 중에 셋이 함께 나온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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