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Midnight, 2013
어제도 말하고, 오늘도 말했는데, 말하지 않아도 분명 알고 있으면서 퀴즈를 내듯 자꾸만 물음을 던지는 당신. 그 퀴즈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나는 그 의중을 잘 파악하는 데에 머리가 아프다. 오늘 처음 봤어도 당신이 매력적이었겠느냐고? 당연하지.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니까. 앞으로 56년?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두 배 가까이 남은 시간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 물론 당신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럼에도 이런 계산 없이 로맨틱한 답을 원하는 걸 알지만 정작 오늘 오후에 우리가 했던 얘기들이 있잖아. 이럴 거면 왜 그때 말 안 하고 지금까지 참아온 거야.
한창 사랑을 할 때엔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지.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아홉 시간을 통화했던 날도 있었을 정도로 말이야. 그랬던 우리가 일과 삶에 치여선 서로가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말이야. 이제는 흰머리도 나는데 색깔 따위가 변한다고 우리 사랑이 시들진 않겠지? 뜨겁게 끓였던 차가 차갑게 식었다고 우리의 마음이 차가워지진 않겠지? 함께 본 지는 해의 수가 늘어갈수록 우리의 책임도 그만큼 늘어가는 거니까.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오늘 처음 봤어도 난 너에게 반해 말을 걸었을 테고, 함께하자고 했을 테고, 지금 너의 엉덩이가 더없이 사랑스럽고, 쭈글쭈글 할머니가 된 당신의 모습도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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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왔어요? 누구 기다리나? 난 그쪽이 모르는 오늘 밤 일을 알아요. 실은 오늘 밤을 예전에 겪어봐서 알죠. 시간 여행자거든요. 내 방에 타임머신이 있는데, 당신을 구해주러 왔어요. 하찮은 일로 눈이 멀게 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