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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an 28. 2021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어제도 말하고오늘도 말했는데말하지 않아도 분명 알고 있으면서 퀴즈를 내듯 자꾸만 물음을 던지는 당신그 퀴즈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나는 그 의중을 잘 파악하는 데에 머리가 아프다오늘 처음 봤어도 당신이 매력적이었겠느냐고당연하지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니까앞으로 56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두 배 가까이 남은 시간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어물론 당신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그럼에도 이런 계산 없이 로맨틱한 답을 원하는 걸 알지만 정작 오늘 오후에 우리가 했던 얘기들이 있잖아이럴 거면 왜 그때 말 안 하고 지금까지 참아온 거야.


한창 사랑을 할 때엔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지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아홉 시간을 통화했던 날도 있었을 정도로 말이야그랬던 우리가 일과 삶에 치여선 서로가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네더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말이야이제는 흰머리도 나는데 색깔 따위가 변한다고 우리 사랑이 시들진 않겠지뜨겁게 끓였던 차가 차갑게 식었다고 우리의 마음이 차가워지진 않겠지함께 본 지는 해의 수가 늘어갈수록 우리의 책임도 그만큼 늘어가는 거니까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오늘 처음 봤어도 난 너에게 반해 말을 걸었을 테고함께하자고 했을 테고지금 너의 엉덩이가 더없이 사랑스럽고쭈글쭈글 할머니가 된 당신의 모습도 그럴 테니까.


#비포미드나잇 #에단호크 #줄리델피 #리처드링클레이터 #영화


혼자 왔어요누구 기다리나난 그쪽이 모르는 오늘 밤 일을 알아요실은 오늘 밤을 예전에 겪어봐서 알죠시간 여행자거든요내 방에 타임머신이 있는데당신을 구해주러 왔어요하찮은 일로 눈이 멀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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