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았으면 해요.
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가게가 생겼다.
밥이 담백하고 맛있고, 고기 채소 배분도 좋다.
간단한 한 그릇 덮밥 류다.
커피와 차도 판다.
공간이 널찍하다.
음악이 비교적 덜 거슬리는 편이다.
그러면 붐벼야 할 것 같은데,
왠지 오래 못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로 지은 건물 1층의 넓은 공간을 임대해 놓았는데, 올 때마다 손님이 너무 없다.
밥집은 옆 상가 1층이나 지하에, 찻 집도 옆 상가나 옆 스벅에 고객을 빼앗기는 모양새다.
더욱이 24시간 영업의 깃발을 꽂았다. 이거 매우 매력적인데,
운영하긴 어렵겠지.
밥으로는 근처의 뻑적지근한 직장인 대상 밥집을 이겨내긴 쉽지 않아보이고
차로도 전문 까페들과 승부를 볼 수 있을까 싶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중간지대가 매력적일수도 있는데
과연 직장인 방송인 대상 지역에 어울리는 공간 정체성일지…
상수동 살 때 종종 갔던 슬런치팩토리나 그문화다방과 약간 비슷한 정체성인데,
그 공간들은 동네 죽돌이들, 아티스트 즈음의 사람들의 느슨한 네트워크가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여기는 ‘포근하고 느낌있는’ 공간으로서의 분위기가 좀 부족하다.
그리고 다들 전문적인 밥 먹고 전문적인 차 마시고 퇴근하기 바빠 죽돌이가 생길지…
얼마 전에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지인과 마주 앉아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일단 이렇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에 감사…’
정도의 말씀을 하시는 걸 지나다가 얼핏 들었는데
갑자기 자영업자의 고단함이 확 느껴졌다.
그 뒤로 기왕 밥 먹고 차 마시는 거… 하면서 몇 번 다시 왔는데
올 때 마다 카운터의 사람이 달라서
'단골이 생긴 걸 수도 있어요~'하는 응원의 분위기는 전달되지 않았다;
괜히 나중에 미안하지 않게
시간 나면 여기서 밥과 차를 마셔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못내 한 끗씩 부족한 무언가가 아쉽긴 하다.
밥도 차도 공간도 음악도… 정말 한 끗씩의 아쉬움.
과연 이 곳은 그 어려움을 돌파하고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밥먹고 나니까 차는 딴 데가서 마실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마시고 일 좀 하다 가리라.
러브썸키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