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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Oct 25. 2022

50대의  마지막 선물(?)

일 갑자(60년) 넘어가기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가끔씩  병원신세를 졌지만  입원을 해서 수술까지 하게 될 줄이야!!



그저께 50대의  마지막 생일 축하를  가족들로부터 받았다.

백일이  갓  지난 외손녀의 귀엽게 오물거리는 입놀림과  웃음소리는 게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낸 다음날.


일요일 아침 7시경 오랜만에 골프 운동모임이  있어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났다.

가족모임이 있는 후배의 부탁으로 대타로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집에서  가볍게 세수만 하고 6시경 약속 장소에 도착을 했다.

이른 아침이라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전반  라운딩을 끝내고  나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김치에 막걸리 한잔 후 시야가 확 트인 후반 라운딩 시작.


후반 두 번째 홀에서 친 공이 벙커로 들어갔다.

별생각 없이 경사진 언덕을 따라 내려가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발목히며 넘어졌다.

넘어질 때의 느낌이 심상치  않았고 넘어진 후 발목 통증이 심했다.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골프장 직원들과 인근 병원으로 갔다.


발목 골절.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급하게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아내는 지인들과 통화 후 병원을 수소문해 놓았다.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짐을 챙긴  후 병원으로 갔다.

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다음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전 오른발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입원, 2주 후 실밥 제거, 6주간 깁스,  재활치료  그리고 일 년 후 지지 철판 및 스크루 제거.

한  순간 미끄러짐 사고로 인해 앞으로  일 년간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50대의 마지막 한 해가 쉽지 않은 여정인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작년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6개월 정도 마음고생을 했던 적이 있었다.


뺑소니 사건으로 신고를 당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었다.

1차 조사 결과 차량 외견상으로는 사고의 흔적이 없었으나, 내차의 블랙박스가 고장이 나 사고 당시의 상황이 녹화가 되지 않았다.


나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뺑소니로 신고한 피해자의 사진을 보니 상태가 간단한 것 같지  않았다.

신고자의 일방적인 진술과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2차 조사를 할 날짜를 정해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받고 싶었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담당 수사관은 외부 출장 중이었다.


CCTV 확인 차 거의 3일 내내 외출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평일에 시간을 잡지 못하고 담당 수사관이 당직인 일요일에 2차 조사 일정을  잡았다.

불안한 마음에 친척인 변호사와 같이 경찰서를 찾았다.

심문에 솔직하게 답변하고 나니, 담당 수사관이 사고 당시의 정황이 담긴 CCTV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사고 전후 내차의 동선을 모두 추적한 결과 뺑소니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 주었다.


어디나 설치되어 있는 녹화용 카메라


조사 결과 최종적으로 "교차로 보행자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피해자도 직접적인 사고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6개월을 나뿐 이니라 가족들 모두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작년 일도 해결이 되었고, 이번 사고도 수술을 잘  마쳤으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서로가 상대방에게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속으로  다소 원망(조사 일정 잡기  어려움)을 했던 담당 수사관님의 철저한 수사와  감시망인  듯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CCTV의 덕에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해 본 일이었다.


실내 녹화용 카메라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나 물건들이 가끔씩 악용되어 사회에 해악을 끼칠 때가  있다.

그래서 역기능을 우려해  순기능의 역할이 의심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것은 그래도 순기능,  즉 제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입원한 지 3일째지만 오른발 수술로 인해 반 절름발이나 다름없는 나의 모든 수발을 기꺼이 해 주시는 병원 직원분들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입원실

일 갑자(60년)를 보내고 나이 숫자를 바꾸는 일이 의외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사고는 순간적으로 다가오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고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을 해야겠지만 한편으론

매우 조심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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