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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r 09. 2023

세상  사는 즐거움, 하나~~~

버리는 기쁨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


세종시 오피스텔에서 숙소생활을 하고 있으니 특별히 쓰레기라고 있을 것도 없다.

삼시 세끼를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고 숙소에서는 가끔씩 라면이나 커피를 끓여서 먹는 게 전부다.



보름에 한 번 정도 생활의 잔재물들을 모아 분리수거장으로 가져간다.

묵은 때를 없애는 것처럼 기분도 상쾌하고 빈 쓰레기통에 새 분리봉투를 놓고 바라보는 것도 좋다.

당연히 분리수거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상쾌하다.


숙소건물 쓰레기 투입기계


집에서도 쓰레기 버리기는  대부분 나의 몫이다.

비밀번호가 필요하고 버리는데 다소 머리 쓰는 게 요구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아내가 처리하지만  단순한 쓰레기는 내가 처리한다.


몸만 수고하면 되니까!!


조금 성가시긴 하지만 버린 후 쓰레기가 차지하고 있던 빈 공간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만족감을 준다.


요즘  일부 사람들처럼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모으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남들만갖춘  없이 늘 부족한 듯 살지만 그래도 내 주변에는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이 많다.


세종시 숙소  _ 정말 필요한 최소의 것만  있는~~


계절마다 입을 옷도  부족하고, 분위기나 격식에 맞는 의상이나 용품들이 부족해 늘 아내로부터 구박을 맞는다.

백 프로 맞는 아내의 말씀이지만 미리 구비해  두면 나름대로 나만의 고민이 또 있다.


옷 가짓수가 늘어나면 "그중에서 뭘  입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긴다.

최고로 좋아하는 옷은 자주 입으면 금방 낡아  버릴 것 같아 아끼는 마음에 옷장에  있는 날이 많다.

마음에 안 드는 옷은 쓴 돈은 아깝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늘 옷장 귀퉁이만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뜻 버리기는 그렇고...

그러다  보면 입기 편하고 집에서 세탁하기 한 옷들만 주야장천 입어댄다.


살다 보면 사실 새것을 마련하고 난 후 기존의 것을 버린다는 것이 쉽진 않다.

아직은 쓸만하고 정이 든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할 물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우리 집에도 쓸데없는  물건들로 늘 꽉 차 있었다.

벽장이나 지붕  다락에는  몇 세기는 족히 지났을 법한 물건들이 많았다.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오래된 물건들로 인해 가족들이 사용할 생활공간들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아마  우리 집만의 사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려운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른들의  오랜 생활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예전부터 버리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만의 공간 확보  때문이랄까?

꽉 찬 공간보다는 비어있는 곳, 너저분  한 곳보다는 정리된 곳이 마음에 들었다.


학창 시절에 내 책상 위는 항상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책과 필기도구만 있었다.

공부가 끝나면 당연히 책상 위는 빈 상태로 정리한다.

 

옛날 집에서도 어머니 몰래 쓸데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늘 내 몫이었다.

아궁이에 군불을 때면서 태워버리고 고물장수 아저씨에게 몰래 팔기도 했다.

버린 것이 들통 나 어머니께 혼도 많이 났지만 그래도 집안에서 버릴 수 있는 특권(?)은 막내아들인 나한테만  있었다.


최근 당근마켓에서 처분한 거실탁자


손수 버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몰래 버려주면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어머님은 나를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에서도 내 책상 위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주변 직원들로 부터 "늘 떠날 준비를 하고 계시네요!!"라는 농담도 자주 듣곤 했다.

 어찌 보면 중, 고등학교시절에 집안정리와 마당청소는 거의 나의 몫이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 업무용 책상

궁즉통(궁하면 통한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모든 것은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것이 장만되고 만들어진다.


하나를 갖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추가한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것을 가지려면 일단 버리고 뭔가 부족한 듯한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했던 물건들을 버릴 때 나는 아쉬움보다는 설레임이 먼저 다가온다.




버릴 때의 설레임은 


 공간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되고


무엇으로 채워질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뀐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단지 물건하나  그리고 잡동사니 쓰레기를 버렸을 뿐인데 이런 기쁨을 느낄 있다는 것이 나 스스로도 놀랍다.


우리 집에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거실이나 방의 장식장 최고의 진열품이 책이었다.

소장자가 읽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그 집안의 기품과 내력을 알려주는 역사적 증거품이기도 했다.

나도 남아수독 오거서(남자는 자고로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 정도의  책은 읽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한다. 물론 만화책도 포함되지만...

그렇지만 우리 집 책꽂이에는 몇 권의 책과  잡동사니 생활용품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사를 해 보면 책의 무게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무거운 책을 옮기고 보관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필요한 책은 언제든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주변에 많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소장했던 책을 버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형 중고서적에  쉽게 팔 수도 있다는  뜻하지 않게 용돈 벌이도 했다.

과거에는 그냥 비용을 들여서 버렸던 물건을 이제는 중고 마켓에서 팔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 아내가 또 책장정리를 했다.

책장하나가 비어졌다.

텅 빈 책장을 보며 이것도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조금 더 넓어질 방안을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이 든다.


아내도 어느 순간 나처럼 버리는 즐거움을 알아 버린 것 같다.

물론 뭘로 채울까 하는 아내의 욕망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릴 적  모래밭에서 읊조리며  놀던 놀이가 생각난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면  헌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은 만고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오늘도 몇  년 동안 겨울에 잘 입었던 누비바지를 아내의 뜻에 따라 의류수거함에  버렸다.


사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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