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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Jun 18. 2019

요가하는 남자 되기

쫄바지 하나 사는 것 빼곤 별거 없습니다.

"남자분이신데 요가를 하시네요".

여전히 종종 듣는 소리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게 들어왔지만, 저 얘기를 들을 때면 여전히 조금 으쓱~합니다. 왠지 좀 쿨하고 열린 사람 같잖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쿨한 것도 열린 것도 아니고 그냥 딱히 별 생각이 없어서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건 저래서 저렇고 하다 보면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양한 이유로 요가를 계속해오고 있고 좋아합니다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겠죠. 다른 좋은 운동들도 많은 데다, 사실 살면서 꼭 운동을 해야 할 이유도 없지요. 건강해진다고 하지만, 운동으로 건강해진 만큼 운동에 소모하는 것 같으니 뭔가 본전 치기 같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높은 확률로 운동 - 특히 요가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 거라는 가정하에, 조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보통 여자들이 하는 거 아냐?"

'남자는 여자와 신체 구조가 달라서'라든가 '난 활동적인걸 더 좋아해서'등으로 변주되고는 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은 이미 다른 글에서 적었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남자다운 운동 여자다운 운동, 그런 구분 엄청 후지다고 생각합니다.


"난 워낙 뻣뻣해서..."

요가 이야기가 나올 때면 가장 먼저, 가장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얘기 역시 '여자들과 달리 골반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와 섞여 있을 때도 많고요. 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난 요가를 할 생각이 딱히 없어'라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라는 것을 시간과 함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뻣뻣한 몸이 요가를 배우는 데 있어 걸림돌'이라는 생각 때문에 시작을 못하고 계신 거라면, '배움', 그리고 '취미'라는 것의 이유와 의미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기 위해 배웁니다. 때로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어 배우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 아직 몰랐던, 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우치고 알아가기 위해서 배우지요. 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 완화에 좋다고 해서' 누군가가 요가를 배운다면, '뻣뻣한 몸이 쉽게 아파서 부드러워지기 위해' 요가를 하는 것 또한 같은 원리겠지요. 아, 네, 그렇습니다, 몸이 뻣뻣하면 여기저기 쉽게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연함'은 단지 '손끝이 발끝에 쉽게 닿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잘하는 것을 즐기는' 것을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것'보다 선호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고 안락하고 편하고 말이죠. 이건 개인적인 선택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부분은 아닙니다만, 다른 한편으론, 취미는 꼭 '잘해서 1등 먹을라고'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잘하는 것만 열심히 잘 늘 해야 한다면, 적성검사표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요가하는 남자 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성별과 상관없이 그저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군요. 왜냐하면, 사실, 늘 그렇듯, 결국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처음 배울 때는 누구나 초보라는 것, 그리고 반드시 남보다 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워 하거나 화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선생님에 대해, 새로 배우는 것에 대해 예의를 갖출 것.


이 정도만 마음에 새겨 두신다면 요가 첫 수업을 들어가시는데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요가복 구입이라는 쉽지 않은 단계가 있기는 한데... 그건 알아서 잘 고르시길 바랍니다. 선택폭도 어차피 무척 좁습니...(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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