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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구 Oct 25. 2018

'요가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에 대해 #2

인스타그램, 완전한 여성들이 완전한 요가를 하는 그 완전한 세상이여.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요가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 '요가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는 매체와 그 속의 일등공신들'에 대한 이야기랄까요. 네 그렇습니다, SNS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사진과 비디오로 가득한 인스타그램의 한 단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스타그램의 모든 계정이 그런 것은 물론 아니지만, 잘 나가고 인기 있는 계정들에 보여주는 사진들 속 세상은 늘 아름답고 평온합니다. 웃음과 행복과 건강이 끊이지 않죠. 고요하고 아름다운 대자연, 아까워서 먹지 못할 것 같은 예쁜 음식들, 놀라울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는 책상과 거실,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들... 제 다른 글들을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네, 저런 사진들, 물론 거짓입니다. 그런 사진들 한 장을 위해선 정말 많은 공을 들인 준비, 연출, 시간과 정성을 들인 후보정 등등이 필요합니다. 누가 뭐래도, SNS 속 세상의 거의 대부분은 거짓입니다.


요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거나 조금 접해본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검색해보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요가라는 것이 뭔가 궁금하기도 하고, 좀 더 멋진 테크닉을 시도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발견하게 됩니다- 완벽한 세상에서 펼쳐지는 완벽한 사람들의 완벽한 요가를 말이죠. 바다, 산, 공원, 도심, 혹은 아파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요가 동작들.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길고 감동적인 글들과 함께하는 그녀들의 사진들. 그녀들을 경외하며, 우리들은 스스로와 친구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도 요가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유명한 '이효리가 하는 그거 너도 할 줄 알아?'.



예쁘고 날씬한 몸으로 상당한 난이도의 동작들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사실 많은 수의 '요가 유명 계정' 혹은 '요가 유명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는 상당한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일상과 결합된 요가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상당수는 늘 어느 해안가나 특정 대도시들을 여행 중이고, 코코넛 음료나 특정 재료들이 들어간 샐러드들을 무척 즐기며, 환경 혹은 건강에 친화적인 화장품들을 종종 소개해주곤 하지요. 아,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약간 과장된 꺄르릇~하는 밝음과 함께 보여줍니다. 개, 고양이 혹은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들 중 하나고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인스타그램 상의 이러한 '요가 유명인'들의 적지 않은 수는 상품 광고 모델이거나, 혹은 본인 스스로가 웰빙 - 건강 - 미용 관련 사업가입니다. 인기 계정들이 프로모션 하는 사진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상품들의 광고를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물론 이러한 계정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 자체가 건강하지 않다거나, 저 완전한 세상 속 주인공들이 요가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상업적인 면이 있다거나 한 것들이 모두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우얏든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간의 대리만족을 얻거나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완전한 세상의 모습들은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쯧.


우리가 저 사진들 속 환상을 현실로 믿는 만큼, 우리의 삶의 모습들은 그저 구질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SNS의 일반적인 해악과 비슷하지만, 요가의 경우 외모, 건강, 식생활 등, 우리의 일상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사람 - 특히 여성을 평가함에 있어 외모와 몸매가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외모-몸매-성격-관리-식사-취미-관심-등등...'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뭉등그려 표현되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와중에, 저런 '완벽한 세상 속 완벽한 요가'는 우리들의 모습 - 특히 여성들의 몸과 삶을 상업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초현실적 잣대일 뿐입니다. 분명히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하지만 쉽게 거부하기도 어려운 그런.  


현실과 환상, 사실과 거짓이 미묘하게 섞여있는 인스타그램 속 완전한 세상들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광고인지를 구분해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조차 많은 경우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사진 속 그녀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거짓이라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속 건강함'은 실제로는 잘 만들어진 상품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녀들이 정말로 그러한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요가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있어 그 세상은 허구에 불과합니다. 애당초 따라 하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꿈꾸고 노력해도 손에 닿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허구와 환상을 꿈꾸는 한편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것은 우리가 요가를 하는 이유와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 속 완벽한 세상을 바라보며 선망의 눈길을 보내는 대신 - 혹은 어떤 연예인이 한다는 무언가를 좇는 대신, 차라리 예쁜 요가복 한 벌과 매트를 한 장 사서, 그동안 망설였던 요가원 문턱을 한 번 넘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는 결코 저 사진들 속 완벽한 세상의 완벽한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당신도 얼마든지 이래저래 하고 모두 누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들, 몽땅 거짓말입니다. 아시잖아요?). 하지만, 완벽한 세상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이 적당히 행복할 수 있고 적당히 누릴 수 있는, 당신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에게 뽐낼 것도, 그럴 필요도 없는, 당신을 위한 삶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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