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구 Aug 16. 2018

거리, 꽃. 20180815

일상적 사진 #2

내가 특별히 찍기 좋아하는 피사체들 중 하나는 거리에 피어있는 꽃들이다. 매크로 렌즈를 구입해서 매일 같이 들고 다니는 것도, 독특하고 귀한 꽃들을 찍기 위해 야생 수풀을 헤매는 것도 아닌, 평범한 시선으로 평소 내가 지나는 거리에 피어있는 꽃들을 사진에 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사소한 이유 하나로, 매일 같이 지나는 길, 그 길에 섞여있는 크고 작은 수풀들이 나에겐 피사체들이 가득한 흥미로운 공간이 된다.


흔하다는 것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나흘 만에 집 근처 공원 쪽으로 아내와 산책을 다녀왔다. 이번 여름이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더웠던 탓인지, 아니면 그냥 계절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인지, 꽃들이 많이 마르고 시들어 있었다. 보통은 시든 꽃들은 잘 찍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왠지 건강히 만개해 있는 꽃들보다 시들어 있는 아이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싸늘한 바람이 부는, 파란 하늘과 작렬하는 태양 대신 두터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는 날이 더 많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까.


때론 아직 만개하지 않은, 혹은 조금 시들어가는 꽃이 조금 더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꽃은 진다.


그럼에도, 또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 있다.


그리고 반짝이는 빛들도 여전히 눈부시다.



*촬영: 니콘 D750 & 50mm F1.4, 후지필름 X-E2 & 18mm F2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지하철. 201808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