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의 개구리

by 행운

우리 집은 1층이다. 얼마 전 공용 오수관이 막혀 똥물이 역류한 적이 있었다.

일단 업자를 부르고, 경비실에 알리고, 공용 오수관을 함께 쓰는 위층 라인에게 전파해 양해를 구했다.


수리 완료될 때까지만 쓰지 말아 달라고. 금방 고칠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런데 업자가 와서, 3시간 동안 노력한 결과에도, 변기는 뚫리지 않았고,


똥물은 계속 역류하였다. 어쨌든 아내와 아기는 방에 있고, 업자는 변기를 계속 뚫고, 나는 사방에 튀는 똥물을 치우다가 지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17개월 된 아기가 방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에게 와서,


"으어!"


이러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손에 자신이 쓰는 기저귀가 있었다.


아기 생각으로는 집안에 똥 냄새가 진동하고, 아빠가 주저앉아 있으니, 아빠가 똥 쌌나 보다 생각한 모양이다. 자기가 그러니까.


어쨌든 심각한(?) 상황에도 잠시나마 즐거웠다.


그 이후에 무사히 뚫고 지금은 잘 살고 있지만, 그때 내 아기에겐,


똥 냄새를 풍기며 슬픈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는 아빠에게, 기저귀를 가져다주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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