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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19. 2017

이런 부모라서 미안해.

아닌데, 안 미안해도 되는데, 이런 자식이라서 미안ㅠ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40154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10172246005&code=920100

http://ytn.co.kr/_ln/0115_201710161716334636

http://www.nocutnews.co.kr/news/4862220

부모님과 아침을 먹는 일이 흔하지 않다. 각자 나가는 시간이 다르고, 그 전날 미리 잘라놓은 과일로 때우기 때문에 굳이 모여서 먹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아침의 눈꺼풀을 부비고 거실 식탁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이를 닦고 있었고, 습관처럼 TV를 켜서 뉴스를 틀어놓았다. 뉴스가 무슨 재미냐 묻겠지만, 아침의 YTN과 연합뉴스 채널은 좋은 기상캐스터다. 


과일을 먹고 일어서는 찰나에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기사가 나왔다.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VIP로 불리는 유력 인사에게 채용 청탁을 받은 정황이 기사의 요지였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가관이었다. 국기원장의 조카, 금융감독원장의 요청, 특정 자치구 부구청장의 자녀, 특정 대학교 부총장의 요청 등 갖가지 청탁으로 공채가 얼룩졌다. 


특정인은 채용이 답정너라는 이야기는 암암리에 퍼졌지만,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니 신박했다. 무슨 재벌 일가와 국회의원의 자녀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무와 병원의 원장 등 갖가지 계층이 연루됐다. 이쯤되니, 멀쩡하게 취업에 성공한 내 친구들이 자랑스러운 걸 넘어서 경외스럽게 보인다. 


아, 아침 풍경이 떠오른다. 오늘 아침 풍경은 엄마가 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이는 풍경이 아니었다. 원래 그렇게 먹지도 않는다. 학교 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침대에 누우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찰나에 난 엄마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은 뭐랄까. 형언하기 어려웠다. 부스스한 내 몰골을 가련하게 보는 눈빛이었는지,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리니 우연찮게 봤는지, 내년에 대학원을 졸업하면 취업을 앞둘 등골브레이커를 눈빛이었을까. 


부모 자식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난 무언가 느낄 수 있었다. 왠지 엄마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 미안함은 좋은 아침을 해주지 못해 생긴 게 아니고, 먼저 화장실을 써야 해서 미안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저런 비리로 얽힌 취업 전쟁터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눈빛이었다. 아니, 그냥 읽을 수 있었다. 힘을 써주지 못하는 부모라 미안하다는 눈빛. 이런 부모라서 미안하다는 눈빛. 이런 세상을 줘서 미안하다는 눈빛. 


힘을 쓸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 대한민국에 서있는 부모 중에, 저렇게 힘 쓸 부모는 거의 없을 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도 없을 거다. 있으면 연락주길 바란다. 친하게 지내게. 


저런 기사를 볼 때마다 허탈하고, 허무하고, 무기력하다. 운명을 믿는 나라지만, 취업마저 운명적으로 정해져있다면 얼마나 슬픈가. 매 분기마다 버려지는 인적성 책과, 산속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취준생의 외침과 자소서를 쓸 때마다 쪼그라드는 자존감이 운명이라면 그만큼 비참한 현실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스타트업을 하라는, 창업을 하라는, 취직이 아니라 창직을 하라는 이루기 어려운 망상을 주입하는 게 아니다. 기존 취업과 관련된 비리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취업시장이 공정하게 돌아가게끔 규칙을 어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취업 청탁과 비리를 단절해 더이상 미안한 부모가 생기지 않게끔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무언가를 바라진 않았지만, 절실하게 하나를 바란다. 더이상 미안한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 독립하지 않은 자식이 부모에게 미안할지언정, 부모가 자식에게 미안할 일이 없으면 좋겠다. 


엄마의 형언할 수 없는 눈빛에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냥, 내 일을 묵묵히 할뿐이다. 시발, 이 와중에 일은 존나 많다. 시-발.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아래의 만화가 떠올랐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freeboard&no=1173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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