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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22. 2018

프리즘 관찰일기 : 송장군편

1편일 수도 있고 마지막일 수도 있음. 

나는야 고인물 그 자체


고인물이다. 뉴스랩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던 질문이 "너가 왜?"였다. 그만큼 난 고인물이다. 미스핏츠붜 지금까지 사실상 전혀 성장하지 못했어.....


아니 여튼 개소리고, 이렇게 고인물에 새로운 자극을 받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뉴스랩을 했다. 여기서 만난 팀원은 송장군, 퀸, 헤드킹. 내가 술취해서 "여기가 내 4번째 고향이야~" 라고 했다는데, 기억 안난다. 시발..


참고로 웃긴 건, 우리 팀 모두 1) 개발자를 원했고 2) 과학은 피하려고 했는데 3) 개발자가 없고 과학을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케든 잘되겠지 뭐. 망하면 메디아티 탓할 거다^^


이 관찰일지는 그 고향의 멤버 중 한 명인 송장군 관찰일지다. 


송장군, 아니 송브레인, 아니 송 

아이덴티티' 다예. 


그 뭐더라. 내가 장군이라고 한 이유는 별 거 없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우리 송장군이야말로 동아사이언스 - 뉴스랩 프로젝트팀인 '프리즘'을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 장군이 우리 팀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헤드킹이 탄탄하게 토대를 쌓고 그 위에 퀸이 올라가서 알파를 더한다. 시너지, 윈윈, 지페 끝! 참고로 우리 슬랙팀 아이디가 시너지 윈윈이다. 


 10점 만점에 12점이 된다. 아무리 봐도 좋은 조합이었고 나는 그냥 야부리 털고 꿀빨란다. 여튼, 아이덴티티, 브레인이라고도 불렀는데 오늘 내가 팔씨름져서 장군이라고 부를 거다. 



장군이라 부르지만 되게 섬세하다. 스프린트 1주차 때, 나는 장군과 같은 팀이었다. 우리의 키워드는 '도시의 동물들'이었고, 주제는 '동물 카페'로 좁혀졌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장군이 동물에게 섬세한 감성을 가진 듯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니 반려인이었고 관련 일로 인해 채식도 하고 있단다. 과거 매체에서 일할 때도, 사회적인 이야기를 풀고 싶어서 여러 고민을 했었단다. 일하기만 해도 바쁠 때에 고민하고, 반려인으로서 책임감으로 인해 생활습관까지 바꾸기는 쉽지 않다. 남을 바꾸는 일도 어렵지만, 나를 바꾸기도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우리 장군이 해냈다. 



다시 팀원이 됐을 때, 우리는 여성주의와 과학의 결합을 꿈꿨다. 사전 취재를 나누는 와중에, 장군은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무언가를 바꾸고, 제작하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1) 분노 2) 감성 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장군은 둘 다 갖고 있었다. 


좀 놀라웠다. 사실 내 분노는 말라 비틀어진 지 오래고, 감성은 음.... 원래 있었나? 여튼. 단기적으로 팀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선 제작자의 감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장군은 가장 섬세한 감성을 지녔다. 퀸과 헤드킹 모두 독특하고 재밌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장군은 가장 따뜻한 사람. 


따뜻한 사람...? 그냥 더운 사람...?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해당 주제를 사랑하고, 흠뻑 적셔서 주제와 하나가 되는 것. 나아가 타인과 세상에 대해 따뜻한 시선이 있어야만 좋은 스토리텔러이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1) 긍정적이지도 않고 2) 따뜻하지도 않고 3)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니 사실상 툄루... 아니 대물?


장군은 섬세하다. 섬세하다는 뜻은 무엇일까. 항상 깊게 고민하고, 작은 부분까지 고려한다. 끝의 끝까지 수정한다. 일단 던지고 보는 나와 달리 장군은 최선을 다해 수정하고, 고친다. 끝의 끝까지 말이다. 어찌보면 채근하고 쪼는 내 독촉에도 허허 웃으며 잘 넘어간다. 근데 턱에 여드름이 난다. 나 때문인가?



사람이 가장 빛날 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때, 그것을 향해 맹렬히 달려갈 때다. 난 뭐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게을러서 미적지근댄다. 장군은 적어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뚜렷했고, 그것을 향해 맹렬히 달려갈 자신이 있(는 듯하)다. 본인은 스스로를 '당위가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뜻은 그만큼 동기부여가 확실하면 120%를 발휘한다는 뜻. 달려갈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당위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항상 무언가를 고민하고 바꾸고 싶다는 거고, 그만큼 세상에 열린 사람이라는 뜻. 


내가 관찰한 장군은 시각은 넓고, 시야는 깊다. 눈은 따뜻하다. 제작자로서 고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데에 고민이 있다. 무엇을 이야기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어떻게 해서 좋은 영향을 줄지 고민했다. 방금 치킨 먹을 때는 분명히 그랬다. 


어제도, 지금도, 내일도 장군은 고민중.


장군은 섬세하다. 팩트체킹, 표현에 대한 예민함, 기획에 대한 섬세함, 말하고자 하는 것의 파급력을 면밀하게 고민한다. 대충 그까이꺼하고 뒤에 무릎꿇고 사과하는 구현모와 다르다. 어찌 보면 그런 감수성으로 살아간느 게 힘들고 불편할텐데, 굳건히 본인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우린 4편의 영상을 만들텐데, 2편은 장군 그 자체가 될 거고, 4편에서 장군의 진면목을 인터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왜 쓰냐면, 그냥..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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