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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Feb 07. 2018

전문가의 자세.

따봉맨. 


Intersex는 한국어로 '간성'이라 번역된다. 정확히 이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통용된다. Male과 Female 사이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Male과 Female을 극으로 든 이유는 가장 양극단에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모호하지 않은 형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성별이분법, 간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시발점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고 생화학 박사를 딴 에릭 빌런의 연구때문이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기본값이 여성이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으로 인해 남성이 되는 기존 연구를 어느 정도 반박하는 연구를 냈고 이게 반향을 일으켰다. 특정 유전자가 남성성을 발현시키는 게 아니라 때때로 여성성을 막기도 한다는 뭐 그런 어려운 연구. 혹시나 모를 상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건 그냥 운빨이란다. 


학부 때의 경험이 에릭 빌런을 성 결정 과정 (Sex determination) 연구에 빠지게 했다. 그는 의과대에 다닐 때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부모가 모호한 성기를 갖고 태어난 자녀를 강제로 수술시키는 것이다. 남성의 페니스가 너무 작거나, 여성의 클리토리스가 너무 크면 자르거나 했단다. 클리토리스 같은 페니스를 가진 아이나 페니스 같은 클리토리스를 가진 아이는 약 4,500명 중의 1명 꼴이다. 많은 기사에서 이같은 과정을 'Fixing'이라 칭한다. 


많은 연구로 성이 그리 쉽게 결정되지 않으며 기존 연구에 해당되지 않은 수많은 예외가 있다는 걸 발견한 에릭 빌런은 위와 같은 교정 수술에 반대했다. 그는 태어난 직후 아이에게 일어나는 교정 수술 대부분은 부모에게 도움이 될뿐,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기는 잘렸을지언정 호르몬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기와 젠더 그리고 호르몬의 불일치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I'm saying intervene [with surgery] only if you've proven that intervention is actually of benefit to the patient. Not of benefit to the parent."


그는 연구 발표 직후 미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에 가서 인터섹스라는 단어 대신 Disorder of Sex Development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런은 기존의 생화학적 지식에 유연성을 대하고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명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섹스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닌 DSD라는 구체적인 단어로 명명해야만 해당 당사자가 겪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왜 Disorder라는 단어를 쓰냐고 격분하기도 했고, 빌런의 주장에 동의하기도 했다. DSD는 한국어로 '성 발달 이상'이라 부른다 (출처 : 한국질병관리본부)


그는 간성 대신 성 발달 이상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섹스라는 단어는 너무나 불분명하고 광범위하며 이는 해당 사람들이 겪을 의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터섹스라 불리는 사람은 페니스와 자궁이 있거나, 유전자가 남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 같은 질병이더라도 다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 게이와 레즈비언과 달리 인터섹스는 의료적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그는 첨언했다. 이어 그는 Disorder가 갖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떼어놓고 의료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터너증후군 환자들은 신장(콩팥)과 관련된 질병을 겪을 확률이 매우 높으며 혈관 등의 위치가 상이하다. 참고로 90년대까지 인터섹스는 Hermaphrodite라고 불렸는데, 이는 한국어로 자웅동체를 뜻한다. 


"Intersex" was vague and "disorders of sex development" at least is a very medical definition, so we know exactly what we're talking about. For instance, if there are chromosomal abnormalities, if you have a patient who is missing one X chromosome—Turner syndrome—or having an extra X—Klinefelter's syndrome—both those, now wedo include them in "disorders of sexual development." They're not ambiguous. They do belong in this large category of people with "medical problems," quote-unquote, of the reproductive system. So intersex was vague, DSD is not vague.


당사자는 이상, 장애, Disorder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사회적 함의에 불쾌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을 어떻게 명명할지는 아직까지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에릭 빌런이 참여한 미국인터섹스당사자모임은 아직도 '인터섹스'라 스스로를 부르고 있다. 학계의 논문은 Disorder of Sex Development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에릭 빌런은 왜 그 소수에 집착했을까. 요는 간단하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에 수많은 예외가 생길 때, 전문가는 예외를 연구해야 한다. 예외를 연구해야 다수를 이해할 수 있다 (Always in biology, you want to look at the exception to understand the general. So understanding intersex individuals makes us understand how typical males and typical females do develop.)


특정한 개념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진행되고 있을 때, 학계의 전문가가 진행할 일은 본인이 발딛고 서있는 학문에 입각해 해당 이슈를 해석하는 일이다. 인터섹스 대신 DSD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가 평생을 바쳐온 의학과 생화학에 입각했다. 누군가 그가 언피씨한 것 아니냐? 라고 물으면 적어도 그는 그 표현을 쓰는 데에 있어 정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빌런은 당사자들을 무시한 걸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해당 사람들이 겪을 의료적 문제에 대해 걱정했으며 이는 그의 활동과 연구에서 증명된다. 활동가와 학자의 영역은 다르다. 약자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주장한다. 학자는 본인의 영역에서 해당 주장을 증명하거나 반박하고 혹은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낸다. 증거에 바탕을 둔 합리적 주장과 토론이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냥 기사 읽다가 깨달음.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q-a-mixed-sex-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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