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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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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Nov 28. 2018

잡담.


우리나라에 수많은 '~망국론'이 있다. 최저임금 망국론, 재벌 망국론, 원전 망국론, 규제 망국론 등등. 최저임금 때문에 망했다는 기사, 이 모든 게 재벌 때문이라는 기사, 원전 마피아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기사가 나부꼈다. 이제 모든 경제 기사엔 규제가 들어간다. 




기사를 읽는,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서 시스템과 구조가 문제라는 사람들의 말엔 계속 의문점이 든다. 정확히 시스템의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하다. 규제가 문제라면, 그 규제의 소관은 누구에게 있고 정확히 무슨 조항이 그것을 막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카풀과 택시 같은 경우, 워낙 이슈가 뜨거워서 관련 기사가 많았지만 말이다. 스타트업이 규제 때문이라든지, 신성장이 어떤 규제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데 대체 그게 무슨 규제인지 알고 싶다. 밑도 끝도 없이 이 모든 게 규제 때문이라고 원인을 돌리는 행태도 딱히 설득력이 없다. 




규제 망국론만큼이나 규제만 풀면 모든 것이 된다는 이야기도 딱히 설득력이 없다. 세상이 복잡하다면, 그만큼 원인과 해결책도 복잡하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퉁쳐서 말하면, 좋은 프로파간다이겠으나 오히려 해결을 어렵게 한다. 그렇게 a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으면, 구름처럼 뭉뚱그려서가 아니라 한 가지 지점을 정확히 말해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겠냐만은, 그것도 못 할 거면 말을 하지 말든가라는 게 솔직헌 심정. 모빌리티 사업자 말고 제대로 어필하는 친구들도 보지 못했다. 




망국론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결국 그 원인을 악마로 만들기 때문이다. 규제를 예시로 들면, 사실 A라는 규제가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특정 이해 집단을 보호하는 나쁜 친구도 있지만, 예상되는 피해를 막는 있을 만한 놈도 있다. 이를 뭉뚱그려 그냥 규제는 나쁜 놈이고, 이게 다 규제 때문이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사기꾼 같다. '악마가 되지 말자'는 말처럼 상대를 악마로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실력이 없고 기술을 잡아 먹는 친구들이고, 스타트업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GDP가 20% 이상 떡상할 것처럼 스타트업 유토피아론도 그저 그런 이유다. 내 가치관과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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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그라들었지만, 위디스크와 같은 웹하드는 저작권 의식이 전무했던 90년대 ~ 2000년대 초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위디스크 전에는 당나귀와 프루나 그리고 그 전에는 와레즈라는 친구들이 있었다. 불법 복제 게임의 온상이었다. 처음에는 한국 패키지 게임, 이후에는 해외 게임, 최신 영화와 포르노 불법 업로드까지. 조금 변신해서 소리바다라는 친구도 생겼다. 




수많은 와레즈가 당나귀와 프루나 그리고 웹하드로 이어졌다. 포르노가 그들을 먹여살리기도 했지만, 문화적으론 저작권에 대한 미약한 인식이 문제였다. 드라마를 불법 스트리밍 (유쿠라든지) 으로 보고, 영화도 불법 다운로드 해서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금도. 저작권 사각지대는 그 불법성 때문인지 포르노를 수반한다. 소라넷이라든지, 어둠의 사이트 사용자와 풀이 겹쳐서 그런 걸까나. 인과는 아니지만 상관 관계는 분명히 있다. 




다행히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상 불법 다운로드가 어려워지면서 어둠의 콘텐츠 시장은 점점 작아졌다. 불법 포르노 시장을 잡기 위해선 결국 불법 저작권 시장을 잡아야 하고, 문화적으로는 콘텐츠는 돈 내고 보는 것이라는 의식이 더 생겨야만 한다. 




90년대는 한국 문화의 전성기가 아니다. 그냥, 낭만과 야만이 공존하던 거친 시기였지. 







남 탓 하고 싶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이거는 이것 때문에 안되고, 저거는 저것 때문에 안된다고 자꾸 여지를 남기다보면 나는 그냥 계속 무언가를 회피하는 변명쟁이가 되는 기분이다. 




남 탓 하지 말라고 생각할 때마다, 너무 나만을 옥죄는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애초에 사람은 외부에 귀인하는 게 본능이니까 이성적으로나마 모든 원인을 돌려야 5:5로 비율이 맞을 듯하다.




그래, 엄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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