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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20. 2018

가해자와 연대하기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지난 대통령과 지지난 대통령 시절, 언론과 정부는 유독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시민에게 법을 따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그때의 법치주의는 대중에 대한 혐오와 법에 대한 만능주의로 이어졌다. 법이 그러니 그렇게 해야 하고, 이러니 이렇게 해야 한다는 법 만능주의 말이다.  


국선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사법 체계와 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형법에 대해 국가의 권력을 제한하고, 권력자가 아무나 잡아서 처벌하게 못하게끔 고안된 방패라고 한다. 법에 적힌 대로만 처벌하라는 것이 형법의 목적이라고 한다. 형법을 법 전체로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법치주의를 해석하면, 시민들이 법에 복종하라는 뜻이 아니라 위정자가 법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라는 뜻이다.  


형법은 국가와 개인의 싸움이다. 시민의 싸움인 민사에 비해 크고 무겁다. 대중들은 국가의 이름을 빌려 범죄자를 더 크게 처벌하려고 든다. 하지만, 처벌에서 끝나서 문제다. 국선 변호사인 저자가 도맡은 사건의 대부분은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다. 시스템의 외곽에 있고 소외받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처벌만 한다면, 결국 법은 외곽에 있는 사람을 더 외곽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세상이 복잡해지며 범죄도 교묘해졌지만, 강력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대로다.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며 강력한 처벌을 바라며, 모자이크 보도를 반대하며 돌팔매질할 준비를 한다. 악마화 된 개인을 내쫓는 일이 전부다. 그런 문제적 개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고치는 일보다, 그들을 욕하고 때리는 일에 집중한다. 그들 옆에 누가 서있어야 하고, 누가 그들을 사회로 인도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정신질환 환자를 위한 병동은 여전히 포화상태고, 시설은 전혀 재기를 위한 시설이 아니다. 


친구와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을 할 때마다 범죄자를 위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잘못이 무엇이고, 본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끔 돕는 페미니즘 말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페미니즘이 있듯, 가해자를 교육하고 그들을 다시금 포옹하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저자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운동가가 피해자와 연대하듯, 가해자 옆에서 그와 연대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을 구제하고, 그가 다시 사회에 합류할 수 있도록 연착륙을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국선 변호사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범죄에 빠진 사람들이 더 심한 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말이다.  


결국은 교육이 그의 옆에 서야 한다. 법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사회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와 사회에서 지켜야 할 규칙 말이다. 단순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도덕 명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법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알아야 한다. 경제와 법이라는 두 축에 대한 교육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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