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의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Jan 12. 2019

일기를 쓰는 자세

2018년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헤어지기도 하고, 졸업하기도 하고, 운 좋게 취업도 됐다. 사실, 취업이라는 단어가 조금 웃기긴 하다. 프리랜서로 일은 계속 받아서 진행했으니 언제나 업은 있었던 셈. 취업보다는 조직에 들어갔다는 말이 더 맞다. 


무엇보다 나는 ‘왜’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유난히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 도움을 받고 조언을 받고 저주도^^ 받았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밝히긴 부끄럽고 귀찮으니 패스. 지나고 나니 남는 기억은 뉴스 랩, 시발 논문ㅠㅠ, 커넥티드 랩, 인턴, 루프, EBS.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사실 알트 이후에 새로운 동료를 만나 같이 일한다는 사실이 조금 버거웠다. 커넥티드 랩과 인턴을 하면서 조금 나아졌다. 그 이후엔 내가 던진 꼴이 됐지만. 


아, 나는 쓰는 인생을 산다. 돈을 써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글로 남기는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일련의 과정이 좋다. 돈을 쓰고, 글을 쓰고. 


가장 큰 변화는 조직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아직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내가 무슨 비위가 있지 않는 이상 무탈할 거고, 들어가서 이전과는 다른 일을 할 테다. 그전까지의 경험이 ‘놀이’ 거나 ‘아마추어’였고, 지금이 ‘프로’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프리랜서 활동부터 여러 활동 하나하나가 다 경험이 됐고 함께 한 동료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다만,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기존에 있던 룰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부담이다. 그전까지 룰을 만들던 사람이었지, 따르던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과 이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다른 일을 한다는 게 크다. 


운이 좋았다. 다만, 안주하기엔 겁난다. 여전히 난 50대가 무섭고 (왜 벌써), 항상 다른 일을 벌이고 싶고 (쓸데없이 욕심만), 무언가 더 커지고 싶다 (머리 말고). 모든 면접에서 항상 내게 “왜 경력직이 아니고 신입이에요?”라고 하거나 “왜 조직에 들어왔어요?”라고 물었다. #일의일기 에 나온 선배도 그랬다. 어쨌거나 그분들 앞에선 잘 말했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 의문부호다. 


수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결국 남는 건 ‘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한다. 나는 왜 조직에 들어갔는지, 거기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넥스트 스텝은 무엇인지.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외로운 그런 고민들. 이 고민에 지쳐 냉소하거나 회의하지 말고, 내일은 오늘보다 1.01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자. 더 빛나자. 더 좋은 글을, 영혼 담긴 글을 더 많이 쓰자. 

매거진의 이전글 현장이 지옥이라면, 탈출하면 낙원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