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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May 16. 2019

게으른 기자가 쓴 기사를 보기 싫다

그분에겐 과로사가 복상사이실듯


최근 조선일보가 판사와 워라밸을 엮어 통으로 비판하고 있다. 요-오즘 판사들이 '워라밸'을 지켜서 중재 일정이 길어졌고, 이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기사가 먼저 나왔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445784


그 이후엔 워라밸을 지키려는 판사는 게으른 판사이며, 워라밸을 지키려는 행위 자체가 본인들이 사회 엘리트로서 누리는 지위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칼럼이 나왔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3446432


참 게으르고 쓰레기 같은 기사다. 

-


난 게으른 기자가 쓴 기사가 싫다.


첫번째 기사 내용이다. 첫번째 기사는 법원의 처리 기간이 길어졌으며 이 원인을 '워라밸 분위기'로 지목한다


수원지법은 최근 '워라밸 실현 방안'을 만들어 "합의재판부 판사들의 저녁 회식은 6개월에 1회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법원의 사건 처리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사건 1심 단독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100.4일에서 작년 125일로, 민사 1심 단독 평균 처리 기간은 같은 기간 158.5일에서 204.3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멍청하고 게으르고 취재가 전혀 안 된 기사다. 기사는 2013년과 2018년을 비교시점으로 둔다. 5년이라는 시간 속에 요인이 단순히 워라밸 분위기 하나 뿐일까? 같은 기간 내에 사건 자체가 많아졌을 수도 있고, 업무 처리 과정이 바뀌어서 더 길어졌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취재가 전혀 없다. 학부 과제가 아니라 고등학교 과제도 이렇게 했다간 까인다. 사실상 보도자료 복붙에 불과한 수준의 기사다. 


또한 처리 기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이것을 나쁘게 볼 수 있느냐가 문제다. 판결은 항상 속도보다 깊은 고민이 중요한 문제다. 처리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깊게 고민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점에서 잘못된 판결에 대한 이야기 없이 단순히 사건 처리 기간으로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오판이 없다면, 더 잘 된 것 아닌가?


기사에 나오는 일화도 아예 글러먹었다. 이 기사는 서두에 '가족 관계'를 언급하는데, 이 '가족 같은 동료 관계'가 업무 처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예전의 가족 같은 분위기에선 일이 잘 됐고, 지금의 분위기에서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매니징의 문제이며 이는 '요즘 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에 적응하지 못한 퇴물 판사들의 문제다. 아니 그러면 이런 전근대적 동아시아 문화 없는 미국 애들은 항상 문제 터지게?


마지막으로 현황과도 다르다. '워라밸 판사'라는 단어가 나오기엔 판사들은 여전히 과로사에 시달린다. '판사 과로사'라는 키워드만 쳐도 적잖은 기사가 나온다.


https://www.msn.com/ko-kr/news/opinion/여의나루-법조인은-워라밸-할-수-없을까/ar-BBNADwi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27820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_id=20150818144158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08151440111

과로사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 현실에 대한 취재는 전혀 없이 '워라밸 판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왜곡이며 소위 '진실'을 추구한다는 언론인의 정신에도 입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모든 수치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찔러준 자료인 거 같아서 너무 구린 기사. 


대학교 수준의 요인 분석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기본은 해야 하지 않는가. 명실상부 1등 언론인데.



옛 영광에 취한 자는 죽은 이다. 죽은 꼰대를 박살내라


어제 나온 칼럼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꼰대의 헛소리다. 일단 전근대적 언론 교육 과정에 대한 미화가 너무 심하다. 새벽까지 술마시다가 선배가 취재다녀오라고하면 경찰서가서 기사 찾아오고, 하루에 1시간도 잘까말까하면서 신체 건강을 버리는 교육과정을 '압축 과정'이라고 미화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없으면 마치 제대로 된 기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묘사하는데, 걱정마시라. 그렇게 안해도 잘 돌아간다. 


몸으로 때우는 교육은 사실상 언론사 이외의 곳에선 아무도 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빨아제끼는 유수의 대기업의 교육과정 (그나마도 비판받지만) 에 비하면 너무나 전근대적이고 체계적이지 않고 막노동에 가까운 교육 과정을 미화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 어느 곳보다 언론사는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문화의 시작은 교육인데, 그 교육에서 갈리는 개인의 인성과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고 바꿀 생각 없다고 뻗대는 꼰대가 있는 업계란. 


두번째로, 웰빙판사와 워라밸 판사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쉐도우복싱 아닌가? 작년에도 과로사 때문에 판사분이 돌아가셨고, 법조인을 꿈꾸는 모두가 판사로서 워라밸을 지키겠다는 것은 꿈만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무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믿지도 않는 웰빙 판사에 대한 쉐도우복싱이 심하다. 


또한 과도한 일반화를 일삼는다. 이 아저씨는 '인권법 판사의 편향성을 두려워한다'고 적었는데, 여기서 사람들은 누구인가? 팩트로 말해야 하는 기자가 아무런 팩트 없이 그저 '사람들'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게 말이 되는가? 마치 내 주변에 있는 다섯 살 친구들이 비틀즈를 모른다고 해서, 비틀즈가 듣보가 되는가? '요즘 10대는 비틀즈를 모른다. 한 통계에 따르면~'도 아니고. 


'요즘 사람들은 인권법 판사의 편향성을 두려워한다. 조선일보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이라는 말없이 그저 '사람들'이라고 퉁치는 기사를 데스크에 보내면 당연히 걸러야 하는 게 아닌가? 당신네들이 자랑하는 그 위대한 데스킹이 통과한 이 문장은 진짜로 학부 과제에서도 취급받지 못하는 쓰레기 문장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다. 선우정은 마치 판사가 1년 365일 24시간동안 일만 해야 좋은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렇게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 사람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그렇게 일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도 테니스치면서 쉬고, 박근혜 대통령도 저도로 휴가를 갔다. 새벽까지 야근해봤자 좋은 판결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오판을 내릴 확률이 높다.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라, 기존의 편견에 갇히기 쉽고 피곤하면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공자는 제자에게 '믿기만을 좋아하고,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사회의 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고 한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5141314064655?fbclid=IwAR0omschnXCo3lCegxqs51_A-DsWstu6H3-HsFLJmphK68SrW74fY3U4OBQ


선우정 아저씨가 들어야 할 말이다. 자신이 믿는 허공의 존재인 '워라밸 판사', '인권법 판사', '웰빙판사', '마와리'를 무작정 믿고, 추종한다. 그것이 실증적으로 어떻게 증명되는지 공부하지 않는다. 워라밸 판사와 웰빙 판사의 숫자가 얼마나 있고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인권법 판사들이 편향성을 가졌는지, 이 편향이 판결에 반영됐는지 증명하지 않는다. 마와리의 부작용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결국 그저 자신의 편견과 믿음에 갇혀있고, 공부하지 않는 퇴물인 셈이다. 문제는 이 사람이 언론인이라는 사실이다. 당당하게 칼럼으로 1인분하시려면 아직 더 배우셔야 하나보다. 


칼퇴근 판사에게 재판받기 싫다는 선우정 아저씨가 부디 과로 때문에 탈모가 오고 발기부전이 오길 바라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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