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Dec 08. 2019

운동을 하며 배운 것들 1. 호흡

호흡이 모든 근본이다

요즘 킥복싱을 배운다. 최소 주 3회 나가려고 노력한다. 다이어트와 체력 증진이 목표다. 체육관에 들어서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킥복싱 동작을 배운다. 레프트, 라이트, 어퍼, 훅, 오른발, 왼발. 


운동을 하다 보면 가지 않은 경지를 가게 된다. 오른 다리와 왼 다리는 아주 오랜만에 허리 위로 올라온다. 라이트를 날릴 땐 오른 갈비뼈 사이에 숨어있던 셀룰라이트를 만난다. 미들킥을 차려고 왼다리를 올리면 살 밑에 있던 근육을 만난다. 급작스레 오는 운동 신호에 골반이 SOS 신호를 보낸다. 일상에서 하지 않는 동작을 하니, 온몸에 새로운 자극이 온다. 


선생님과 미트를 치다 보면 마치 염라대왕 앞에 벌 받으러 온 죄인처럼 고개가 숙여지고 강제로 예의를 주입당한다. 미트가 끝나면 바닥에 자빠져 헥헥댄다. 


헬스를 하든 킥복싱을 하든 응암천에서 러닝을 하든 모든 건 스텝과 숨쉬기가 기본이다. 근육 수축에 따라 숨을 쉬고, 팔을 뻗으며 숨을 쉬고, 달리며 숨을 쉬고 내뱉어야 한다. 숨쉬기가 꼬이면 모든 스텝이 꼬인다. 


스텝이 꼬이면 뭐든 안된다. 스텝이 꼬이면 기우뚱 넘어지고, 다리가 안 뻗어진다.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숨이 흐트러지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고 더 힘들어진다. 작은 구멍이 전체 댐을 무너뜨리듯 작은 호흡 리듬이 전체 운동을 좌지우지한다. 


힘이 들거나, 집중해야 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숨을 참는 버릇이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내게 꼭 숨을 쉬라고 하는데, 평상시에도 그런 버릇이 있다. 불행한 일이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꼭 숨을 멈춘다. 흡 들이마시면 자연스레 후하며 크게 한숨을 쉰다. 


숨을 멈추면, 힘이 더 세게 들어간다. 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최대한 빨리 팔과 다리를 뻗어 샌드백을 친다. 힘이 더 세게 들어가지만 더 빨리 방전된다. 지금 힘든 걸 버티고 한두 번 크게 치기 위해 전체 운동을 망치는 격이다. 


큰일이 생겼을 때도 숨을 멈춘다. 그러다 한숨을 크게 쉬면, 내게 닥쳐온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 후엔 심장이 더 빨리 뛰고, 더 긴장된다. 마치 온갖 불행이 내게 닥쳐온 것처럼 일종의 공황에 빠지게 만든다. 불행에 몰입하는 셈이다. 


여러 운동을 거쳤다. 요가, 헬스, 러닝, 킥복싱. 각기 다른 운동이지만 모두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아사나를 취하더라도, 어떤 자세를 하더라도, 어떤 코스를 달리든, 어떤 펀치를 치든 호흡은 처음 리듬 그대로 여야 한다. 


삶도 그렇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내 호흡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감정, 회사, 관계 등 나라는 행성 바깥 수많은 외행성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외부에 휩쓸리지 않는 나를 만들어야 더 굳건한 자존감과 더 건강한 자아를 이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어느 곳에 내 지향점과 목적을 둘 것인지 알아야 흔들리지 않는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내 목적을 잊지 않고 순간에 너무 몰입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 물러서서 맥락과 상황을 봐야 한다. 펀치를 내뱉기 위해서 킥복싱 수업을 듣지 않고 더 많은 무게를 들기 위해 헬스를 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버티기 위해 요가를 하지 않는다. 우린 더 건강해지고, 더 유연해지기 위해서 운동한다. 목적을 잃지 말자. 


그 큰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스텝과 숨쉬기다. 호흡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며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그것을 지켜야 한다. 지금이라는 순간과 외부라는 변수에 휩쓸리지 않고 그 리듬을 지키며 목표를 향해야 한다. 오늘을 버티고 더 나은 내일을 갖기 위해서다. 내가 운동에서 배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