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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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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22. 2019

관계라는 시소


어릴 적 놀이터에 가보면, 가장 난도 높은 놀이기구는 시소였다. 

비슷해 보이는 덩치의 아이들이지만, 몸무게는 모두 달라 평형점을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계도 비슷하다. 우리가 맺는 관계라는 시소에 평형점은 없다. 모든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가 우주만큼 크더라도, 그 사람의 나를 향한 마음은 한 점 티끌에 불과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에게나 관계는 어렵지만, 관계의 비대칭성을 수긍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상대방이 나쁜 악인이거나 독특한 심성을 가져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너와 내가 하나가 아니라 타인이라 생기는, 우리 인간 근원 때문이다. 토르와 제인도 헤어지고, 토니 스타크와 페퍼도 헤어졌다. 


내가 너를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 이 세상에 너와 나 둘만 남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가치 판단할 수 없는 명제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너와 내가 맺어지는 관계의 이름이지, 네가 아니기 때문이다. 난 너를 조종할 수 없기에 너를 향한 마음과 나를 향한 마음은 평형점을 찾을 수 없다. 


관계라는 시소에 올라 탄 나와 너는 동등한 플레이어다. 완벽한 대칭을 위한 평형점은 맞출 수 없을지언정 눈대중으로 적당한 평형은 맞출 수 있다. 관계의 근원적 한계이며 이게 관계의 묘미가 아닐까. 


관계라는 문장 위에 나와 너는 서로 동등한 주어다. 우리는 누군가의 목적어가 아니라, 스스로의 주어이기에 관계 속에서라고 다르지 않다. 주어와 주어가 만나 서로 눈대중으로 맞추는 적당한 시소게임이 우리의 관계다. 특히,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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