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릳츠라는 커피 브랜드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그 성공의 비밀에 대한 책은 아니다. 다만, 프릳츠가 무엇을 목표로 여기까지 왔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흔히 '커피 맛'이 중요해진 시대라고 말하며, 마치 스페셜티 커피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아니다. 한국의 커피 문화는 과거 유럽의 공원 문화의 재림인 동시에 공간 임대에 가깝다. 그렇기에 커피의 맛은 평타만 치면 크게 손해는 아니며 결국은 회전율과 커피 이외 매출이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서 프릳츠의 '빵' 전략은 유효하다. 빵의 맛은 커피에 비해 기억에 크게 각인되며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프릳츠가 아니더라도 예시는 있다. 수많은 마카롱 가게를 비롯해 '디저트'에 전문성을 둔 투썸은 커피는 아니더라도 케이크를 사는 곳이 됐다. 또한 빵은 커피에 비해 높은 지불의사를 가졌기에 객단가를 높이는 데에 큰 장벽이 없다. 특히, 프릳츠는 그 어느 영역보다 '과학'으로 돌아가는 제빵의 특성에 맞춰 모든 제빵 데이터 (반죽 온도 등)를 수치화했기 때문에 균질적인 맛을 보장할 수 있는 프릳츠 입장에선 더 쌩큐다. 균질적이지 않은 맛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고객은 없다.
프릳츠의 요는 1) 균일화된 상품 제작 (효율화 및 균일화) 2) 브랜딩을 통한 매출 기여 3) 임대 등.... 이 아닐까 싶다. 실상 브랜딩은 1)에 따른 것.
이 책은 이런 상품 기획 및 프로모션을 포함한 마케팅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영자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프릳츠를 창업하고 경영하고 있는지 브랜딩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힙할지언정 조금만 더 들어가면 별 내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 요인이 아니라 성공의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 물론 그 시각이 브랜딩이기에 좀 더 매력적이다.
프릳츠와 닮은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뉴닉. 완전히 같지 않지만, 닮긴 했다. 물개를 중심으로 브랜딩해 차별화하고 물개만 봐도 프릳츠가 떠오르게 된 것처럼, 뉴닉 역시 고슴 도치하면 뉴닉이 떠오르게 됐다. 물론 저 2 브랜드 모두 고양이나 강아지였으면 묻히지 않았을까에 500원 건다.
브랜드는 시작이 아닌 결과물에 가깝다. 특히 해당 사업자가 특정 궤도에 오르지 않는 이상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매몰비용에 가깝다. 프릳츠의 물개가 표면에 있는 아이콘이라면, 그 수면 아래는 1) 독자적 원두 판매 2) 독자적 커피 및 빵 판매 가 있다. 1) 번과 2) 번이 없는 한 프릳츠 물개는 브랜드는커녕 인식되지도 않는 낭비에 가까운 간판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퀄리티 좋은 프로덕트가 없는 이상 물개나 카페베네 간판이나 뭔 차이?
물론 프릳츠의 커피와 빵이 타 브랜드 대비 압도적으로 나은지는 모른다. 앞서 말했지만, 한국의 커피 문화는 1) 물 및 편의점 음료 대용 2) 스터디룸 및 회의실 대용에 가깝기 때문에 아직 고객의 미각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다만 2)의 관점으로 볼 때 프릳츠만의 강점은 확고히 있다. 기왕이면 무색무취의 공간보다 물개 박혀 있는 공간에 가는 것이 소비 효용감이 높기 때문이다.
매출의 원인을 설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하다. FB 퍼포먼스 마케팅을 제외하면 일일이 추적할 수 없다. 그렇기에 프릳츠의 브랜딩이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일맥상통한 브랜딩으로 고객에게 프릳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구매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소구는 하고 있겠구나 싶다.
프릳츠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가게구나라는 이미지가 생길 정도로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이 모델이 발전한다면 도소매 업자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라고 보면 되겠다. 타 사업자 대비 원두에 집착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프릳츠이기에 그간의 미디어 전략으로 쌓은 브랜딩 자산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의 R부동산처럼 기획부동산 형태의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특정 기간 동안 가게를 임대해 해당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매매하는 전략이다.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이런 거 빼놓고 보면 이 역시 시장을 키우는 전략일 뿐이다.
이 콘텐츠는 프릳츠 PR이다. 그 관점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프릳츠를 고를 수 있는 이유를 하나 더 부여하는 도구에 가깝다. 이는 콘텐츠 그 자체가 목적인 영화판과 예술충과 명백히 다르다.
모두가 콘텐츠를 외치지만, 정작 콘텐츠 자체가 목적인지 혹은 콘텐츠를 활용해 다른 무언가를 할지에 대해 전략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좋은 콘텐츠만으로 매출이 나오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 아니, 그랬던 적이 있는가?
책에서 소개된 프릳츠의 내부 구성원 인터뷰는 외부 PR 및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릳츠 브랜딩인 동시에 내부 HR이기도 하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책 자체도 마찬가지고.
반면 영화감독과 예술충에게 영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것을 활용해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콘텐츠 탄생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 입각한 회사는 100이면 100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예술충이라면 모르겠지만, 회사에게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며 그 지속가능성은 무엇을 도구로 무엇을 이룰지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야 하기 때문이다 (뚜렷하다고 해서 잘 될지는 미지수)
더더욱 콘텐츠 전략이 중요해진다. 이 콘텐츠를 통해 오디언스를 낚아 플랫폼 체류를 높일 것인가, 콘텐츠를 판매해 고객에게 돈을 받을 것인가, 단순히 좋은 콘텐츠에만 집중할 것인가, 콘텐츠로 제품을 알릴 것인가. ~의 시대라고 부를수록, ~를 활용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날카롭게 고민해야 한다. 이 책으로 대입하면, 브랜딩으로 뭐할 건데?라고 묻는 습관. 매출에 기여하지 않는 브랜딩은 (애매하지만), 결국 잔가지에 불과하다. 재난에 휩쓸려나가는 잔가지.
읽으면서 공감 갔던 부분은 상호 존중은 신뢰에서 나온다는 것과 남다른 워크에씩이 남다른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 협업을 통해 그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된다면 자연스레 존중이 생긴다. 이 존중 하에 같이 할 수 있는 협업의 경우의 수가 떠오르고, 시너지가 생긴다. 단순히 함께 잘하자라고 외칠 게 아니라 실제로 협업하면서 케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케미를 만드는 게 말이 되나. 보고 있나, 조직장들.
후자는 필연적으로 공감. 나 같은 주니어에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