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

by TJ

첫 시험장은 지하에 있었다.


엘레나는 그 사실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람을 배우는 곳이라면 높은 탑 위나 열린 옥상이어야 했다. 적어도 스톰엔드의 언덕처럼 하늘이 보여야 했다.


하지만 이요라가 안내한 곳은 아카데미 북쪽 회랑 끝, 세 겹의 철문 아래였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무거워졌다. 벽에 박힌 푸른 수정등은 사람의 숨에 맞춰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바닥에는 둥근 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파여 있었고, 그 홈마다 오래된 주문어가 은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엘레나는 손끝을 펼쳤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하늘 계단에서도 바람은 멈춰 있었지만, 그곳에는 적어도 하늘이 있었다. 이곳은 달랐다.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왜 지하예요?"


이요라는 철문 앞에서 멈췄다.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열린 바람은 위험할 수 있어."


"저를 위한 건가요?"


"모두를 위한 거다."


엘레나는 그 대답을 곱씹었다.


모두.


그 안에 자신이 들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철문이 열렸다.


시험장은 원형이었다. 천장은 낮았고, 벽에는 바람개비 문양이 새겨진 돌기둥 열두 개가 둘러서 있었다. 중앙에는 흰 선으로 그린 원이 여덟 개. 각 원 안에 학생 한 명씩 서 있었다.


엘레나가 들어서자 대화가 끊겼다.


어제 입학문 앞에서 그녀를 보던 시선들이 그대로 있었다. 호기심, 경계, 불쾌감. 그중 몇몇은 이미 이야기를 들은 듯 엘레나의 발목부터 확인했다.


봉인의 표식은 긴 양말 아래 숨겨져 있었다.


"임시 등록."


누군가 작게 말했다.


"기록 없는 애."


다른 학생이 웃음을 삼켰다.


엘레나는 못 들은 척했다.


카이는 시험장 입구 벽에 기대 있었다. 학생복을 입고 있었지만 시험을 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의 시선은 엘레나가 아니라 시험장 바닥의 원형 문양에 꽂혀 있었다.


"카이는 왜 여기 있어요?"


"관찰 보조."


"네 상태가 흔들리고 있으니까."


"감시 보조라고 하면 더 정확하겠네요."


이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닫히는 입술들이 이제 익숙해지는 게 싫었다.


시험관은 낯선 남자 교수였다. 회색 수염을 짧게 다듬었고, 손가락마다 얇은 은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는 엘레나를 보자마자 명부를 확인했다.


"엘레나. 스톰엔드. 임시 등록. 바람 계열 추정."


추정.


그 한 단어에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교수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 시험은 소환이 아니다. 명령도 아니다. 바람을 듣는 감각을 확인한다. 각자 원 안에 서서 작은 정령 하나를 부르면 된다."


엘레나가 손을 들었다.


"방금 소환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교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듣는 자에게 정령은 먼저 온다. 오지 않는다면 듣지 못했다는 뜻이지."


몇몇 학생이 작게 웃었다.


엘레나는 손을 내렸다.


첫 번째 학생이 원 안에서 눈을 감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푸른 실바람이 피어올랐다. 실바람은 곧 작은 새 모양이 되어 어깨 위에 앉았다.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하급 공명. 통과."


두 번째 학생은 손바닥 위에 회색 나비를 불러냈다.


"하급 정령 반응. 통과."


세 번째 학생은 실패했지만, 벽에 새겨진 문양 하나를 약하게 흔들었다.


"미약한 흐름. 재시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엘레나의 목이 말랐다.


그녀는 바람을 들은 적이 있었다. 스톰엔드의 축제에서, 숲길에서, 아카데미 명부 앞에서.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찾아온 목소리였다. 자신이 불러낸 적은 없었다.


교수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엘레나."


엘레나는 중앙 원으로 들어갔다.


흰 선이 발밑에서 차갑게 빛났다.


"눈을 감고 숨을 늦춰라. 네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들어라."


교수의 지시가 시험장에 울렸다.


엘레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쉬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숨을 내쉬고, 손끝을 열고, 공기의 결을 찾았다.


없다.


스톰엔드 광장에서 그녀를 덮치던 검은 바람도, 숲에서 속삭이던 경고도, 명부 위에 글씨를 피워내던 차가운 흐름도 없었다.


그녀는 빈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집중해라."


교수가 말했다.


엘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마라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영웅 되지 마.


살아서 돌아와.


그 기억을 붙잡자, 아주 작은 떨림이 손끝에 닿았다. 엘레나는 그쪽으로 의식을 기울였다.


하지만 떨림은 금세 사라졌다.


시험장은 조용했다.


누군가 웃었다.


"정말 윈드콜러 맞아?"


"봉인이 실수한 거 아냐?"


엘레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뜨면 끝날 것 같았다.


"엘레나."


카이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억지로 부르지 마."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관찰 보조는 개입하지 않는다."


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엘레나는 다시 숨을 들이쉬었다.


부르지 마.


그 말이 걸렸다.


지금까지 모두가 바람을 부르라고 했다. 듣는 시험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학생들은 작은 정령을 불러내야 통과했다. 바람이 먼저 오지 않으면 듣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에게 찾아왔던 바람들은 한 번도 부름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갇혀 있거나, 다치거나,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엘레나는 귀가 아니라 발바닥에 집중했다.


바닥.


흰 원 아래.


은색 주문어가 파고든 돌 밑.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아주 멀리서, 닫힌 상자 안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긁고.


멈추고.


다시 긁는 소리.


엘레나는 눈을 감은 채 무릎을 굽혔다.


"뭐 하는 거지?"


교수가 말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바닥을 바닥에 댔다.


차가웠다.


그리고 차가운 돌 아래에서 누군가 숨을 쉬고 있었다.


열어.


엘레나의 손가락이 굳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스톰엔드 제단 아래의 검은 바람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더 오래되고, 더 지쳐 있었다.


열어.


"들려요."


엘레나가 속삭였다.


시험장이 조용해졌다.


교수가 다가왔다.


"무엇이?"


"바닥 아래요."


그 말에 이요라의 표정이 변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보았다. 이요라가 두려워했다는 것을.


"시험을 중단한다."


교수가 고개를 돌렸다.


"마스터?"


"중단하라고 했다."


하지만 늦었다.


엘레나의 손바닥 아래 흰 원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은색 주문어들이 하나씩 뒤집혔다. 새겨진 글자들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려나며 다른 문장을 만들었다.


가두지 마라.


기억은 숨을 쉰다.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돌기둥 열두 개가 동시에 울렸다. 바람개비 문양이 빠르게 회전했고, 시험장 안의 공기가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엘레나는 손을 떼려 했지만, 바닥이 그녀의 손바닥을 붙잡았다.


이번엔 검은 바람이 아니었다.


푸른 바람이었다.


눈에 보일 만큼 오래된 푸른 흐름이 돌 아래에서 올라와 엘레나의 팔을 감았다. 차갑고 뜨거웠다. 수백 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열렸다.


누가 우리를 묶었나.


누가 이름을 지웠나.


아르카누스.


엘레나는 비명을 삼켰다.


아르카누스라는 이름이 머릿속에서 종처럼 울렸다. 어제 명부에 떠오른 이름. 카이가 이미 죽었거나 죽은 척하고 있다고 말한 이름.


푸른 바람은 그녀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스톰엔드의 제단.


할머니의 약.


마라의 손.


카이의 "이번에는 늦지 않았군".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열렸다가 닫혔다. 엘레나는 자신의 숨소리를 놓쳤다. 몸이 가벼워졌다. 손끝부터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엘레나!"


카이가 원 안으로 뛰어들었다.


흰 선이 붉게 빛났다. 규칙을 어긴 사람을 밀어내듯 바닥이 튀어 올랐다. 카이는 이를 악물고 엘레나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장갑이 찢어졌다.


왼손 안쪽에서 금빛이 새어 나왔다.


푸른 바람이 멈췄다.


아주 잠깐.


카이는 그 틈에 엘레나를 끌어냈다. 둘은 원 밖으로 넘어졌다. 엘레나의 손바닥에는 검푸른 문양이 남아 있었다. 발목의 봉인 표식과 닮았지만, 방향이 반대였다.


이요라가 곧장 바닥에 손을 짚었다.


"봉인 재가동."


돌기둥들이 하나씩 빛을 되찾았다. 뒤집혔던 주문어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시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너무 조용했다.


엘레나는 바닥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숨소리는 사라졌다. 누군가 다시 입을 틀어막힌 것처럼.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학생은... 방금 무엇을 한 겁니까?"


이요라는 엘레나를 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스터."


"기록에는 그렇게 남겨라."


학생들의 발이 동시에 반 걸음 물러났다.


엘레나는 이요라를 바라보았다.


"왜요?"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제가 뭘 들었는지 아시죠?"


이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이가 엘레나의 손목을 놓았다. 찢어진 장갑 아래, 그의 왼손 안쪽에는 작은 금빛 돌 조각이 박힌 듯 빛나고 있었다. 엘레나가 그것을 보려 하자 카이는 빠르게 손을 감췄다.


"카이."


"나중에."


"다들 나중에래."


엘레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손바닥 문양이 맥박처럼 뛰었다. 그때, 바닥 아래에서 마지막 목소리가 올라왔다. 이번에는 엘레나에게만 닿았다.


도망쳐.


그녀의 숨이 멎었다.


목소리는 더 가까워졌다.


이곳은 너를 배우는 곳이 아니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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