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로는 폐쇄된 길답게 오래된 냄새가 났다.
젖은 돌, 녹슨 쇠, 사람이 오래 지나지 않은 계단의 먼지. 엘레나는 앞장서 내려가며 손바닥의 빛을 낮게 눌렀다. 1000의 마지막 획은 아직 완전히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숨길 수 없는 밝기였다.
카이는 뒤에서 따라왔다.
오른손에 검을 들고, 왼쪽 소매는 비어 있었다. 손목까지 사라진 왼손은 옷감 안에서 아무 무게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소매만 늦게 흔들렸다.
엘레나는 그 흔들림을 보지 않으려 했다.
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얼마나 내려가야 해요?"
"하강로 끝까지."
카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끝에 보급 승강장이 있을 거야. 바람 결정이 남아 있으면, 스톰엔드 근처까지 한 번에 내려갈 수 있어."
"남아 있지 않으면요?"
"뛰어야지."
엘레나는 뒤돌아보았다.
"농담이에요?"
"아니."
그가 아주 잠깐 입가를 움직였다.
"농담이면 더 좋았을 텐데."
계단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쇠사슬이 돌에 끌리는 소리.
엘레나는 손을 들어 카이를 멈췄다. 바람을 낮게 흘려보냈다. 바람은 계단 아래를 훑고 돌아왔다. 사람 둘. 하나는 쓰러져 있고, 하나는 묶여 있다. 그리고 피.
그들은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하강로 중간 창고에 교단 사제 하나가 묶여 있었다. 아카데미 경비 교수 둘이 그를 지키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어깨에 상처를 입은 채 벽에 기대 있었다.
"엘레나."
상처 입은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이요라 마스터가 내려보내셨다. 이 자를 심문하라고."
"저를요?"
"그가 너에게만 말하겠다고 했다."
묶인 사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학당 습격 때 광장에 섰던 사제보다 젊었다. 후드가 벗겨진 얼굴은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더 불편했다. 누군가의 형, 누군가의 학생, 누군가의 옆자리일 수 있는 얼굴.
그의 가슴에는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흐르는 것은 아프다.
멈춘 것은 구원이다.
사제가 엘레나를 보고 웃었다.
"마지막 열쇠가 직접 왔군."
카이의 검끝이 조금 올라갔다.
엘레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당신들은 데미안을 신으로 섬기나요?"
사제의 웃음이 사라졌다.
"신?"
그는 그 단어가 모욕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신은 흐르게 둔다. 태어나게 하고, 늙게 하고, 잃게 한다. 우리는 그런 잔인한 것을 섬기지 않는다."
"그럼 데미안은 뭐죠?"
"정지의 왕."
사제의 목소리에 제단 앞 신도 같은 평온이 내려앉았다.
"더는 빼앗기지 않는 세계의 첫 왕."
엘레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광기가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세계가 멈추면 살아 있는 사람도 멈춰요."
"살아 있다는 건 계속 잃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모두를 멈추겠다고요?"
"흐름 속에서 울게 두는 것보다 낫다."
카이가 낮게 말했다.
"누가 그렇게 가르쳤지?"
사제가 카이를 보았다. 그의 시선이 카이의 빈 왼쪽 소매에 닿았다.
"이미 잃고 있는 사람이 묻는군."
카이의 손이 검 손잡이 위에서 멈췄다.
"대답해."
"우리 교단장은 말했지. 고통은 시간이 만든 병이라고.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상처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교단장 이름."
사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무릎을 굽혀 그의 눈높이에 맞췄다.
"당신은 죽고 싶지 않죠."
"죽음도 흐름의 일부다."
"그 말로 스스로를 속이는군요."
사제의 눈썹이 움직였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정지를 믿는 거예요. 잃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다르지 않다."
사제의 시선이 엘레나의 손바닥에 닿았다.
"네가 붙잡으려는 아이. 사라지는 남자. 부서진 학당. 네 고향. 전부 흐르기 때문에 잃는 것이다. 왕께 가면 멈출 수 있다."
엘레나는 손을 쥐었다.
"멈추면 구하는 게 아니에요."
"움직이다 죽는 것보다 낫다."
"그건 당신 생각이 아니에요. 누가 심었죠?"
사제의 입가가 다시 올라갔다.
"이요라 마스터에게 물어봐라."
창고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요라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결계를 유지하느라 얼굴이 창백했다. 손에는 피가 굳어 있었고, 눈 밑은 검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도 걸음은 곧았다.
"내게 물을 필요 없다."
"교단장의 이름은 세이라다."
사제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름을 기억하시는군요, 스승님."
스승님.
엘레나는 이요라를 보았다.
이요라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내 옛 제자였다."
카이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아르카누스 연구실을 유출한 사람입니까?"
"그래."
이요라는 사제를 보았다.
"세이라는 봉인 절차를 배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패하는 걸 본 뒤, 아르카누스의 방식도 나의 방식도 거부했다. 그리고 더 나쁜 결론에 닿았다."
"더 나쁜 결론?"
엘레나가 물었다.
"흐름 자체가 죄라는 결론."
사제가 웃었다.
"틀렸습니까?"
이요라의 눈이 차가워졌다.
"틀렸다."
"스승님은 아이들을 절차에 묶었습니다. 아르카누스는 실패를 기록했고, 당신은 실패를 숨겼죠. 세이라 님은 적어도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 세계를 원합니다."
"세이라는 데미안에게 이용당하고 있다."
"아닙니다."
사제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왕께서 세이라 님을 찾으셨습니다. 고통이 멈춘 세계를 함께 만들자고."
"데미안은 너희를 구하지 않는다."
"이미 구했습니다."
사제가 자기 손목을 들어 보이려 했다. 사슬이 짤랑였다. 손목 안쪽에는 검은 원이 새겨져 있었다. 원 안에서는 작은 모래알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박혀 있었다.
상처 입은 경비 교수가 그 표식을 보고 뒤로 물러났다. 어깨의 피가 다시 번졌다. 그는 조금 전까지 사제를 경계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눈을 떼지 못했다. 열흘을 울다 죽은 동생이라는 말이 창고 안의 공기를 바꿨다. 누구에게나 그런 이름 하나쯤은 있었다. 살리지 못한 사람, 늦게 도착한 방, 마지막에 물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손.
엘레나는 그 변화를 보았다.
데미안의 말은 적에게만 닿는 것이 아니었다. 지친 사람에게 닿았다. 더 잃을 힘이 없는 사람에게 닿았다. 그래서 위험했다.
"제 동생은 병으로 열흘을 울다 죽었습니다. 세이라 님이 제게 정지의 표식을 주신 뒤, 저는 그 열흘을 꿈꾸지 않습니다."
창고가 조용해졌다.
사제는 미소 지었다.
"왕께서는 상처를 빼앗지 않습니다.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게 멈춰 주십니다."
엘레나는 그 말을 듣고 데미안의 위험을 이해했다.
그는 칼을 들고 협박하는 적이 아니었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더 아프지 않을 방법을 주겠다고 말하는 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갈 것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울지 않기 위해. 잃은 것을 더 잃지 않기 위해.
아르카누스와 닮았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아이를 절차로 만든 사람.
이요라와도 닮았다.
살리기 위해 숨기고, 보호하기 위해 묶은 사람.
엘레나는 천천히 말했다.
"데미안은 아르카누스와 같은 말을 하네요."
이요라가 그녀를 보았다.
"결과를 위해 사람을 멈추는 것. 이름을 빼앗고, 선택을 빼앗고, 나중에 고마워하라고 하는 것."
사제의 검은 목걸이가 목울대 위에서 떨렸다.
"왕을 모욕하지 마라."
"당신들 왕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에요. 고통을 느끼는 사람을 없애는 거지."
사제가 몸을 앞으로 던졌다. 사슬이 팽팽해졌다. 카이가 검을 들어 막았다.
그때 사제의 가슴 문장이 검게 타올랐다.
이요라가 외쳤다.
"물러나!"
엘레나는 뒤로 물러났다. 사제의 몸에서 검은 재가 떨어졌다. 자폭 주문이 아니라, 전언이었다. 그의 피부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첫 번째 문.
열쇠의 고향.
정지의 왕이 먼저 도착한다.
엘레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스톰엔드."
사제가 웃었다.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이미... 갔다."
"누가요?"
"세이라 님."
이요라의 손이 떨렸다.
"세이라가 직접?"
"왕의 길을 열러."
사제의 몸이 검은 종이처럼 바스러졌다. 이번에도 시체는 남지 않았다. 재만 남았다.
엘레나는 재 위에 손을 뻗었다. 바람을 불러도 잡히는 것은 없었다.
"출발해야 해."
"지금 당장."
엘레나는 하강로 아래를 보았다.
이요라가 그녀를 불렀다.
"엘레나."
그녀는 돌아보았다.
이요라는 허리춤에서 작은 은색 호각을 꺼냈다. 호각에는 낡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세이라.
"이걸 가져가라."
"이건..."
"내가 세이라에게 처음 봉인술을 가르친 날 준 것이다. 아직 기억한다면, 한 번은 멈칫할 거다."
"마스터가 직접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가고 싶다."
이요라의 목소리는 평평했다.
"하지만 내가 가면 아카데미가 무너진다."
"또 남는군요."
"이번에는 도망이 아니다."
엘레나는 호각을 받았다.
"세이라에게 뭐라고 말하면 되죠?"
이요라는 오래 대답하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그걸 제가요?"
"아니."
이요라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내가 살아서 직접 말하겠다고 전해라."
엘레나는 호각을 쥐었다.
은색 호각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러나 그 안에 든 시간은 가볍지 않았다. 세이라가 처음 봉인술을 배운 날, 이요라가 아직 실패를 실패라고 부르지 못하던 날, 한 학생이 스승을 믿고 검은 길로 걸어 들어가기 전의 날들이 작은 금속 안에 눌려 있었다.
"그 사람이 들을까요?"
"모른다."
이요라의 대답은 빨랐다.
"그래도 말해야 한다."
"살아서요."
"그래."
"약속하세요."
이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다."
하강로 끝의 보급 승강장은 반쯤 부서져 있었다. 오래된 바람 결정이 축을 잃고 흔들렸다. 카이가 오른손으로 난간을 붙잡았다. 왼쪽 소매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엘레나는 봉인석 하나를 승강장 중심에 끼웠다.
돌판이 깨어났다.
바람 결정이 푸른빛을 냈다.
승강장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가 멀어졌다. 부서진 탑, 은빛 결계, 지하 봉인을 품은 학당. 그 모든 것이 위로 작아졌다.
카이는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스톰엔드 방향을 보았다.
"세이라가 먼저 도착하면..."
"마라가 막고 있을 거예요."
엘레나는 자신이 왜 그렇게 확신하는지 몰랐다.
다만 바람 속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기억했다.
왼쪽.
마라는 이미 듣고 있었다.
승강장이 구름 아래로 내려가자, 멀리 서쪽 하늘에 검은 기둥이 보였다.
스톰엔드 방향이었다.
그 검은 기둥 주변으로 바람이 멈춰 있었다.
카이가 낮게 말했다.
"정지의 표식."
엘레나는 은색 호각을 손안에 감쌌다.
열쇠의 고향이 첫 번째 문이다.
그 말이 하강하는 바람보다 먼저, 그녀를 스톰엔드로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