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달

공존의 대가

by TJ

새벽이 밝았다.


폭풍의 요람에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전혀 달랐다. 어둠의 장벽이 사라지고, 시간의 균열이 아물고, 세계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따뜻했고, 대지는 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알고 있었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는 것을.




하늘의 학당이 보였다.


아니, 하늘의 학당이었던 것이 보였다.


데미안의 어둠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폐허만 남아 있었다. 거대한 첨탑은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수백 년 된 도서관은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수련장의 바닥은 갈라져 있었고, 기숙사 건물은 한쪽 벽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아 있었다.


엘레나 일행이 학당의 정문—정문이었던 돌무더기—을 넘어섰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리라였다.


"엘레나!"


리라의 얼굴은 그을음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왼팔이 부목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로브는 찢어져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살아 있었다. 반짝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이 바보야."


리라가 엘레나를 껴안았다. 엘레나도 껴안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


"학당은?" 엘레나가 물었다.


리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건물은 거의 다 무너졌어.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살았어. 실비아 원장님이 마지막 순간에 보호 결계를 펼쳤거든."


"실비아 원장님은?"


리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살아 계셔. 하지만..."


리라의 시선이 학당 안쪽을 향했다. 엘레나는 더 묻지 않았다. 리라의 표정만으로 충분했다.


그때, 리라의 시선이 엘레나 뒤쪽에 멈췄다. 눈이 커졌다.


"...엘레나?"


리라가 보고 있는 것은 원본 엘레나였다. 카이에게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엘레나와 똑같은 얼굴의 여인.


"설명이 좀 길어." 엘레나가 말했다.


"좀이 아니라 아주 길 것 같은데." 리라가 중얼거렸다.




실비아의 상태는 심각했다.


임시 의무실로 쓰이고 있는 천막 안에서, 실비아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호 결계를 펼치면서 자신의 생명력 대부분을 소진한 것이다. 한때 은빛이었던 머리카락은 완전히 하얗게 변해 있었고, 피부는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하지만 눈은 떠 있었다.


"왔구나." 실비아가 미소 지었다. 힘없지만 따뜻한 미소. "해냈구나."


"원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 엘레나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아니야. 네가 해낸 거야." 실비아의 시선이 엘레나 뒤의 원본 엘레나에게 닿았다. 희미하게 눈이 커졌다. "...오랜만이구나."


원본 엘레나가 앞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거기에는 복제품 엘레나가 이해할 수 없는 깊이의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실비아." 원본 엘레나가 말했다. "늙었구나."


"너도." 실비아가 웃었다. "하지만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당신도."


짧은 대화. 하지만 그 안에 수십 년의 세월이 압축되어 있었다. 엘레나는 깨달았다. 실비아는 원본 엘레나를 알고 있었다. 아니, 함께 싸웠던 동료였을지도 모른다.


"원장님." 엘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고 계셨어요? 저와 카이가..."


"복제품이라는 것?"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에게 들었지. 오래전에."


엘레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으면서 왜..."


"말하지 않았느냐?" 실비아가 엘레나의 손을 잡았다. 마른 손이었지만 따뜻했다. "네가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었으니까. 내 눈앞에서 웃고, 울고, 싸우고, 성장하는 네가 진짜였으니까."


엘레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크로노스가 부탁했어." 실비아가 말했다. "'어머니를 부탁합니다'라고."


눈물이 흘렀다. 엘레나는 실비아의 손을 꼭 잡았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데미안이 소멸했다는 것. 세계가 구원받았다는 것. 그리고—엘레나와 카이가 두 명씩 존재한다는 것.


학당의 생존자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원본이 진짜 바람부름꾼이래."

"그럼 우리가 알던 엘레나는 뭐야? 가짜?"

"복제품이라면서. 크로노스라는 존재가 만들었대."

"그런 존재를 어떻게 믿어?"


엘레나는 들었다. 전부. 바람부름꾼의 귀는 속삭임도 놓치지 않는다.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진짜와 가짜. 원본과 복제품. 이 구분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반드시 선을 긋는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카이의 왕국—스톰헤이븐에서 사절단이 도착한 것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사절단의 대표는 마르쿠스 공작이었다. 카이의 아버지, 즉 왕의 사촌이자 왕국의 섭정을 맡고 있는 인물. 데미안의 위협 동안 왕국을 지켜온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마르쿠스는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회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날카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재는 듯한 인상. 그가 임시 회의장에 들어섰을 때, 공기가 차가워졌다.


"두 명의 카이라." 마르쿠스가 말했다. 감정 없는 목소리. "흥미로운 상황이군."


원본 카이와 복제품 카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같은 얼굴. 하지만 원본 카이는 수년간의 고통으로 수척해져 있었고, 복제품 카이는 전투의 피로가 남아 있었다.


"왕위 계승권은 당연히 원본에게 있습니다." 마르쿠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혈통의 정통성은 원본만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잠깐." 복제품 카이가 입을 열었다. "왕위 계승 문제를 지금 논의해야 합니까? 학당은 폐허고, 부상자들은 아직 치료 중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논의해야 합니다." 마르쿠스가 카이의 말을 잘랐다. "혼란기에는 명확한 권력 구조가 필요합니다. 왕자가 두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왕국은 분열됩니다."


"나는 왕위에 관심 없소."


원본 카이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수년간 어둠의 사슬에 묶여 있었소. 왕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현재의 정세도 모르오. 그런 내가 왕좌에 앉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오."


마르쿠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그렇다면 복제품이 왕위를 잇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도 관심 없습니다." 복제품 카이가 말했다.


마르쿠스의 표정이 굳었다.


"두 분 다 관심이 없으시다면, 왕국은 어떻게 됩니까?"


"공작이 잘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복제품 카이가 말했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마르쿠스의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곧 표정을 지웠다.


"저는 섭정일 뿐입니다. 정통성이 없습니다."


"정통성." 원본 카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정통성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아시오?"


회의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왕위 문제는 보류됐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본과 복제품의 공존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낳았다.


원본 엘레나의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데미안이 흡수했던 영혼의 조각들이 서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서, 그녀의 바람부름꾼으로서의 능력도 회복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 힘이 복제품 엘레나의 힘과 공명한다는 것이었다.


한쪽이 바람을 부르면 다른 쪽의 바람도 반응했다. 원본 엘레나가 미풍을 일으키면 복제품 엘레나 주변에서 돌풍이 불었고, 복제품 엘레나가 폭풍을 다스리면 원본 엘레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같은 근원에서 태어난 힘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나의 우물에서 두 사람이 물을 퍼 올리는 것과 같았다. 우물의 물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원본 엘레나가 말했다.


폐허가 된 수련장 한쪽에서, 네 사람이 모여 앉아 있었다. 원본 엘레나, 원본 카이, 복제품 엘레나, 복제품 카이. 리라가 옆에서 차를 따르고 있었다.


"힘의 공명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원본 엘레나가 말했다. "어제는 내가 재채기를 했는데 네 주변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었잖아."


"알아요." 복제품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느끼고 있어요. 바람을 부를 때마다 당신의 힘이 끌려오는 게."


"카이 쪽도 마찬가지야." 원본 카이가 말했다. "시간의 파편이 반응해. 내가 움직이면 저쪽의 시간 감각이 흔들리고, 저쪽이 움직이면 내 몸이 느려져."


복제품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결책은 세 가지야." 원본 엘레나가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 한쪽이 힘을 포기한다."


침묵.


"둘, 서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산다. 공명이 닿지 않을 만큼."


더 깊은 침묵.


"셋, 힘의 근원 자체를 분리한다."


"그게 가능해?" 복제품 엘레나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해. 안 그러면 우리 넷 다 위험해."


리라가 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번째 방법은 없어?"


모두의 시선이 리라에게 향했다.


"뭔데?" 복제품 엘레나가 물었다.


"그냥 적응하는 거." 리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명이 문제라면, 공명을 조율하면 되잖아. 악기 두 대가 같은 음을 내면 불협화음이 나지만, 화음을 맞추면 더 아름다운 소리가 나잖아."


원본 엘레나가 리라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넌 누구야?"


"리라요. 엘레나 친구."


"어느 쪽?"


"둘 다." 리라가 웃었다. "앞으로는 둘 다."


원본 엘레나가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리라의 제안은 단순했지만, 실행은 복잡했다.


두 엘레나가 함께 수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앙이었다. 한쪽이 바람을 부르면 다른 쪽의 바람이 폭주했고, 둘이 동시에 바람을 부르면 수련장이 날아갈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원본 엘레나의 바람은 깊고 무거웠다. 대지를 훑고 지나가는 겨울바람 같았다. 수십 년의 경험과 고통이 녹아 있는 바람.


복제품 엘레나의 바람은 날카롭고 빨랐다. 하늘을 가르는 칼바람 같았다. 젊음의 에너지와 두려움 없는 도전이 담긴 바람.


두 바람이 충돌하면 폭풍이 됐다. 하지만 두 바람이 어우러지면—


"...이거 봐."


복제품 엘레나가 숨을 멈췄다.


두 사람의 바람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 수련장 위로 거대한 바람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폭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살아 있는 바람의 탑. 그 안에서 빛이 춤추고, 꽃잎이 날리고, 음악 같은 소리가 울렸다.


"이건..." 원본 엘레나의 눈이 커졌다. "바람의 노래."


"바람의 노래?"


"전설에만 있던 거야. 두 명의 바람부름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지는 궁극의 바람. 역사상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어."


"왜요?"


"바람부름꾼은 항상 혼자였으니까." 원본 엘레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한 세대에 한 명. 그게 규칙이었지. 두 명이 동시에 존재한 적이 없었어."


"데미안이 만든 규칙?" 복제품 엘레나가 물었다.


원본 엘레나가 멈칫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지도 모르겠구나."


또 하나의 거짓이 벗겨졌다. 바람부름꾼이 한 세대에 한 명이어야 한다는 법칙. 그것도 데미안이 심어놓은 제한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바람부름꾼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도록.


"그럼 이제 그 규칙도 사라진 거네요." 복제품 엘레나가 말했다.


"그래." 원본 엘레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의 기둥이 천천히 흩어지며 하늘에 무지개를 그리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거야."




카이 쪽의 문제는 더 복잡했다.


시간의 파편은 바람과 달랐다. 바람은 조화를 이룰 수 있었지만, 시간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흐름이었다. 두 명의 카이가 같은 시간의 힘을 공유하는 것은 강 하나에 물줄기를 두 개 만드는 것과 같았다. 결국 하나는 마르게 되어 있었다.


원본 카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포기하겠다."


복제품 카이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시간의 힘은 네게 더 필요해. 넌 젊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나는..." 원본 카이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수년간의 속박으로 마른 손. "이미 충분히 살았어."


"충분히 살았다니요. 당신은 어둠의 사슬에 묶여 있었잖아요. 그건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살아 있었지." 원본 카이가 미소 지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충분하지 않아요." 복제품 카이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당신에게는 되찾아야 할 시간이 있어요. 원본 엘레나와 함께."


원본 카이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와?"


"네. 당신들은 함께할 시간을 빼앗겼잖아요. 데미안에게. 이제 그 시간을 돌려받아야 해요."


원본 카이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넌 어떻게 하려고?"


복제품 카이가 웃었다. 카이답지 않은, 밝은 웃음.


"저도 되찾아야 할 시간이 있으니까요. 제 엘레나와."




해결책은 의외의 곳에서 왔다.


실비아였다.


병상에서 일어난 실비아가 네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약했지만, 눈빛은 맑았다.


"시간의 힘을 분리할 방법이 있어."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폭풍의 요람." 실비아가 말했다. "데미안이 사라진 지금, 폭풍의 요람은 순수한 상태로 돌아갔어. 세계의 모든 힘이 태어난 근원지. 거기서 시간의 힘을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어."


"부작용은?" 원본 카이가 물었다.


"힘이 반으로 줄어. 둘 다." 실비아가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의 절반만 쓸 수 있게 돼."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복제품 카이가 말했다.


"나도." 원본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힘은?" 복제품 엘레나가 물었다.


"바람은 분리할 필요가 없어." 실비아가 미소 지었다. "너희 둘은 이미 답을 찾았잖아. 바람의 노래. 분리가 아닌 조화. 두 개의 바람이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것."


복제품 엘레나와 원본 엘레나가 시선을 교환했다. 둘 다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실비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폭풍의 요람에서 힘을 분리하면, 부수적인 효과가 있어."


"뭔데요?"


"원본과 복제품 사이의 존재적 연결이 끊어져. 지금 너희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지잖아. 그 뿌리가 분리되면... 너희는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돼."


침묵이 흘렀다.


"독립된 존재." 복제품 엘레나가 천천히 되뇌었다. "그러면 저는 더 이상 복제품이 아니게 되는 건가요?"


"복제품이었던 적은 없어." 실비아가 말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부르는 걸 멈추게 하려면, 존재적 증거가 필요하지. 분리 후에는 누구도 너희를 원본과 복제품으로 구분할 수 없게 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되니까."


"얼굴은요?" 리라가 옆에서 물었다. "얼굴은 여전히 같잖아요."


"쌍둥이도 같은 얼굴이지." 실비아가 웃었다. "하지만 아무도 쌍둥이를 원본과 복제품이라고 부르지는 않잖아."


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네."




폭풍의 요람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일주일 뒤에 시작됐다.


이번에는 네 사람만이 아니었다. 리라가 따라왔고, 실비아가 지팡이에 의지해 동행했다. 학당의 생존자 몇몇도 함께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목격하기 위해.


폭풍의 요람은 변해 있었다.


검은 소용돌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수면이 거울처럼 맑아서 하늘이 그대로 비쳤다. 호수 위로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하나는 진짜 달이고, 하나는 수면에 비친 달.


"두 개의 달." 실비아가 중얼거렸다. "적절하구나."


의식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거웠다.


네 사람이 호수의 중앙에 섰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었다. 호수가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발밑의 수면이 단단해져서 대지처럼 그들을 지탱했다.


실비아가 주문을 읊었다. 오래된 언어. 세계가 태어나기 전의 언어.


호수가 빛났다.


수면 아래에서 빛이 솟아올랐다. 근원의 빛과 비슷하지만 다른, 더 원초적인 빛. 세계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준비됐어?" 실비아가 물었다.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빛이 그들을 감쌌다.


고통은 없었다.


대신 상실감이 있었다.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던 것이 분리되는 느낌. 쌍둥이가 자궁에서 나뉘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복제품 엘레나는 원본 엘레나를 바라봤다. 원본 엘레나도 그녀를 바라봤다.


같은 얼굴. 하지만 이제 다른 존재.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복제품 엘레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서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것 같은 감각. 빌려온 심장이 아닌, 자신만의 심장.


"...느껴져." 복제품 엘레나가 속삭였다.


"나도." 원본 엘레나가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바람을 불렀다. 이번에는 공명이 없었다. 각자의 바람이 각자의 방향으로 불었다. 하지만 두 바람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피어났다. 폭력적인 것이 아닌, 춤추는 소용돌이.


바람의 노래는 여전했다. 연결이 끊어져도, 조화는 남아 있었다.


카이 쪽도 마찬가지였다. 두 카이가 서로를 바라봤다. 시간의 힘이 반으로 나뉘었지만, 두 사람 모두 온전했다.


"이상하군." 원본 카이가 말했다. "반이 됐는데 오히려 가벼워."


"짐을 나눠 지니까요." 복제품 카이가 웃었다.


호수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의식이 끝났다.


네 사람이 호수에서 걸어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리라가 달려왔다.


"어때? 괜찮아?"


"괜찮아." 복제품 엘레나가 말했다. 그리고 멈칫했다.


'복제품'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맞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그냥 엘레나였다. 원본도 그냥 엘레나였다. 같은 이름, 다른 사람.


"이름." 원본 엘레나가 같은 생각을 한 듯 말했다. "같은 이름은 불편하겠지."


"그러게요." 엘레나가 웃었다. "어떻게 할까요?"


원본 엘레나가 잠시 생각했다.


"내가 바꿀게. 넌 엘레나로 살아. 그 이름으로 세계를 구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레나'로 할게." 원본 엘레나가—레나가—미소 지었다. "옛날에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거든."


엘레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감사해요. 레나."


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고마운 건 나야. 내 이름을 이어줘서."


카이 쪽은 더 간단했다.


"난 그냥 카이로." 복제품 카이가 말했다.


"나도 카이인데." 원본 카이가 말했다.


"형이니까 '카이 형'으로 부를게요."


"...형?"


"싫으세요?"


원본 카이가 피식 웃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좋아. 동생."




돌아오는 길에 엘레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었다. 진짜 달과 호수에 비친 달이 아니라, 하늘에 진짜로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저거..." 리라가 눈을 비볐다. "달이 두 개야?"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폭풍의 요람에서 근원의 힘을 분리한 여파야. 세계의 균형이 재편되면서 하늘도 변한 거지."


"영구적인 건가요?"


"아마도." 실비아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될 거야. 하나의 달이 둘이 된 것처럼, 하나의 존재가 둘이 되어 각자의 빛을 내는 시대."


엘레나가 카이의 손을 잡았다. 레나가 원본 카이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이 두 개의 달 아래를 걸었다.


같은 과거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미래를 향해.




학당에 돌아왔을 때,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두 개의 달이 뜬 밤,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부름꾼들이 각성했다. 한 세대에 한 명이라는 규칙이 사라진 것이다. 바람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열 명, 스무 명, 백 명.


데미안이 만든 마지막 족쇄가 풀린 것이었다.


하늘의 학당은 더 이상 한 명의 바람부름꾼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수백 명의 학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진짜 학교가 되어야 했다.


"재건해야 해." 엘레나가 폐허가 된 학당을 바라보며 말했다.


"재건이 아니야." 레나가 옆에 섰다. "새로 짓는 거야. 처음부터."


두 엘레나가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웃었다.


바람이 불었다. 두 갈래의 바람이 폐허 위를 훑고 지나갔다. 무너진 돌들 사이에서 먼지가 날리고, 그 아래에서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일요일 연재
이전 19화근원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