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뜻이다. 두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오용 혹은 혼용되는 표현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우러지기 어려운 심리가 내포되어 있다. ‘틀리다’라는 표현을 통해 존재 자체를 비난,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 습관에서의 오용은 인식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다름’을 ‘틀림, 옳지 않은 것’으로 잘못 받아들였을 때, 가능성이 아닌 정당성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표현의 오류가 인식에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만연하다. 범죄, 재난, 뒷담화, 안전 불감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시들을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표현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다르다’라는 표현을 택할 것이다. 일상생활과 비교하여 일상적이지 않은 상태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자체를 ‘틀리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체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언젠가는, 어디선가는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띠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표현의 오류일지라도 우리는 이것을 인지하고, 구분하고,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의 메타 인지는 개인의 내적 검열을 거쳐 사회적 인식 속 균형을 이룬다. 표현의 오류를 통해 사회적으로 수많은 모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다시금 바라보면 언어의 표현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정신의 표현이라 칭할 수 있겠다.
다름이 만들어낸 비선호적인 특징이 하나의 바람이 아닌 착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위험 요소이다.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졌을 때 ‘안전 불감증’과 같은 현상을 낳기도 한다. ‘에이, 그럴 일 없어. 괜한 걱정 마.’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특정 가능성을 지워버림으로써 정신적인 도피를 택한 것에 불과하다. 인식의 차이로서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의심과 조심성을 내포한 ‘유난’은 다소 늦고 답답할지언정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자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룬 삶의 격이란 책에 이러한 표현이 기술되어 있다.
각자의 열망이나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그 관계를 지배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들이고 비판적 성찰과 자아상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기에 관계 자체를 화두로 던져볼 수 있다.
‘틀리다’. 옳지 않은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 물론 그것을 인식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개인의 선택이다. 선호하지 않은 정보를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어떠한 사실의 실존적 가능성을 벗어나 감정으로 판단하려는 오류를 범한다. 또한, 잠깐의 정신적 에너지 비축을 위해 선택한 일시적 도피는 후에 개인의 인식, 인간관계 나아가 사회적 문제에서까지 많은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누군가의 존엄을 지켜주고 싶다면 고정된 기대 안에 그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페터 비에리(2014, 삶의 격 :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