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사생의 티끌모아 티끌...
나는 돈을 모으고 싶다. 그래서 항상 돈을 모은다. 하지만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이 이상한 악순환. 의도와 행동이 맞물리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는 내 소비습관을 살짝 들여다봤고. 내가 브랜드 커피와 개인 카페 음료에 수많은 돈을 흩뿌리며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타 다른 현대인과 다를 바 없이, 커피 없이 살 수 없는 몸이고 나의 뇌는 카페인의 노예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어디서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집과 오피스에 구비해둔 커피머신만 3대, 그중 하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다시 말해 나는 정말로 밖에서 커피를 사 먹을 필요 없이, 집에서 고고하게 에스프레소를 내리거나 오피스에서 무심히 드립 커피를 내려서 충분히 원하는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스타벅스의 커피를 사 먹는가? 집에는 시럽이 없어서 단커 피를 만들 수 없어서. 우유가 없어서. 우유가 있는데 썩어서. 우유가 썩지 않았지만 아몬드 밀크가 아니어서. 오피스에 종이 필터가 떨어져서. 종이 필터를 사면 커피가루가 떨어져서! 이유도 알록달록 가지각색 총천연색이다.
그래서 나는 결단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스타벅스 커피는 사 먹지 말자. 그러자 더 이상 커피를 수혈할 수 없게 된 나의 몸은 학교 구석에 비치된 싼 자판기 커피를 찾아갔고 스타벅스 보다 5배 가까이 싼 가격인 $0.75에 커피를 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처럼 미국도 자판기 아메리카노는 정말 맛대가리 없다. 차라리 숭늉에 색소 타서 파는 게 더 커피 다울 지도 모른다.
이미 브랜드의 썩 괜찮은 원두 맛을 봐버린 내 혀는, 같은 카페인이라도 더 질 높은 맛을 계속 원했고. 나는 다시 커피가루를 사고. 필터를 사고. 우유를 제때 채워 넣고 때로는 식물성 우유도 사고. 심지어 시럽도 구비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들도 공짜는 아니다. 하지만 이로써 나는 대략 삼 주간 다양한 레시피의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쓴 모든 돈을 합쳐도 커피 세 잔의 값이 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매일 스타벅스를 먹기도 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엄청난 절약이 아닐 수 없다.
커피 돈 아낀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비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월급에 소소한 보탬에 될 뿐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그냥 지나칠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스타벅스도 아꼈는데 다른 것도 아껴야지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드는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결국 뭐든지 결심을 했으면 단단히 행동해야 하는 건가 싶다. 나 또한 그렇게 강단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진리를 이런 소소함에 밖에 적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젠 에스프레소 내리면 위에 크레마도 끼고 그런다. 이제 맛있는 라테 비율도 알고. 그냥 드립 커피 머신도 얼마큼 커피가루를 넣어야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나 자신의 본질을 발전시키지 못할지라도, 무엇인가를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이 됐음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