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죽공방 겸 카페 페슬로우(Faslow)
가죽공방 겸 카페 페슬로우(Faslow) (양산시 물금읍 화산길 19-1)
목요일이면 그림 친구들과 함께 양산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반스케치를 한다. 오늘은 서리단길에 자리하고 있는 “페슬로우(Faslow)”라는 카페로 갔다. 1층 외관은 우드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중후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 내부는 자그마했는데, 공간을 세 군데로 분리해서 독립된 공간마다 레트로 소품들로 편안함을 느끼게 하였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방, 지갑, 핸드폰케이스, 열쇠고리 등의 소품들이 원목의 엔틱 가구 위에 진열되어 있었고, 알록달록 갖가지 색깔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빳빳하고 윤이 나는 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가죽 제품은 오래도록 나와 함께하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물건 이상의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 설레이는 것 같다. 가방이며 지갑이며 어떤 구조인지 살펴보고 열어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넋이 빠져있는데 정임 언니가 “야~ 우리 음료부터 시키자~” 하는 순간 카페 들어온 지 꽤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메뉴판도 카멜색 가죽에 각 메뉴들이 세겨져 있어 이색적이었다. 카페의 분위기에 비해 음료는 저렴했지만 커피는 아주 맛났다. 아늑하고 편안한 카페에서 우리는 스케치북을 펼쳐 들고 각자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 그리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내 손에서 창작해내는 이 행복감은 가죽공예나 그림이나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예술이나 모두가 다 같은 느낌은 아닐까 하는... 대량 생산에 대량 복제되는 기성품들이 완성도 면에서는 훨씬 훌륭할 수 있지만, 내가 창조해낸 나만의 작품...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더 소중해지고 또 추억이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조금 다르다면, 우리는 그림으로 지금 현재 내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을 기억하고 훗날 내 그림을 봤을 때 오늘의 느낌까지 되살아 나며 추억을 더듬는 것이라면, 가죽공예는 만든 순간부터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삶의 추억을 같이 이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두 시간 남짓 그림을 그리고 나니 카페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카페 내부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기도 하였다. 카페를 나서려고 하니 마침 사장님이 오셨다. 생각보다 너무 젊으셔서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지내다 고향 양산에 내려와 카페와 공방을 하신 지 2년째라고 하셨다. 2층의 가죽공방에서는 원데이 수업도 하고, 출장 강의도 한다고 하셨다. 친구들과 또는 가족과 함께 가죽공예 체험을 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내가 늘 지니고 다니면서 함께 세월을 쌓아갈, 나만의 가죽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 그것마저 귀찮다면, 패스트(fast)한 바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슬로우(slow)하게 여유를 느끼며 차 한잔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오래된 것의 편함과 익숙함과 멋스러움이 공존하는 이곳 “Faslow”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