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6일, 대만 타이베이
당시 누가 대만 여행을 간다고 하면 꼭 추천을 해주었던 곳, 츠텅루.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대만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츠텅루가 딱 그런 곳이었다. 어쩐지 처연함까지 느껴지는 적막 속에서 직원이 직접 차를 내려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과정을 마치 기자처럼 하나하나 메모해서는 숙소에 와서 그림으로 다 옮겨 담았다.
그런데 아마 그것이 꽤나 무리가 왔던 것 같다. 여행 첫날부터 나는 한 뼘밖에 되지 않는 화장실에서 도저히 나오지 못할 정도로 힘든 밤을 보냈다. 그리하여 츠텅루는 의도치 않게 인상 깊은 곳이 되었다. 여지없이 좋은 곳이었지만, 그 여파가 너무 컸던 탓이겠거니.
타이페이의 첫날밤은 츠텅루와 함께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미리 고백컨데, 대만에서의 그림일기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변명을 하자면 첫날부터 그렇게 속을 비우고 나니 그 뒤부터는 그림을 그리는 일조차 엄두가 나지 않았달까. 나는 기억을 주로 기록으로 하기 때문에, 내 기억 곳 대만은 츠텅루 그 자체였다. 미식가의 천국, 타이베이. 이 도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장염을 단 채로 여행을 떠난 내 잘못이 제일 컸다. 장염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된, 타이베이. 언젠가 누군가와 목적지 없이 어디론가 여행을 가게된다면 아마도 1순위로 생각하게 될 것 같은 도시다.
개인적인 지병으로 인해 이 도시는 기억도, 기록도 아쉬움으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