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ㅎㅈㅎ Mar 27. 2019

06_01. 시작부터 사고뭉치

2015년 12월 11일


아, 이런 바보.

어쩐지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느낌이 이상하더라니.

밤늦게까지 연수 가는 짐을 챙겼는데, 하필 워크숍에 쓰려고 받아둔 영상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식은땀이 등에 한 줄기 흘렀고, 곧바로 플랜 B를 떠올렸다. 이를 어쩌지.


플랜 B

1. 일단 집에 있는 파일을 온라인 상으로 옮긴다.

2. 온라인에 올라온 파일을 이동식 디스크에 옮긴다. 


1번 미션은 우선 엄마에게 부탁해야 했다. 평소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엄마였지만, 해보지 않은 방식이라 십 수 번의 통화와 메시지가 오갔다. 열심히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고, 전화와 메시지로 설명했다. 그렇게 조마조마 마음 졸였던 십 수분이 흘러, 영상이 온라인 저장매체에 성공적으로 업로드되었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늘 했지만, 이 때는 더욱 그 마음이 컸다.


일단 1번 미션이 성공하였으니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현지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대비해야 했다. 그래서 2번 미션까지 생각해둔 것이었다. 다행히도 팀원 중에 서울에 거주하여, 공항까지 오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있는 팀원에게 연락을 했다.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전달하면 큰 문제없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바로 시간. 내 예상보다 영상의 용량이 컸던 것이다. 팀원도 함께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팀원이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영상을 다운로드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연락해주었다. 


이렇게 연수 가기 전부터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워크숍을, 특히 내 발표는 반드시 실패 없이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큰 사건 하나를 기차에서 마무리 짓고, 무사히 공항 직통열차를 탑승하였다. 

긴장했던 마음이 그새 풀려버린 것인지 열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인천국제공항 도착.


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에서야 실감이 났다. 

이제 곧 캄보디아로 떠난다는 그 사실이, 우리의 해외연수가 정말로 시작되었다는 그 사실이.



다시 보니 왠지 급박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진.

처음 타보는 직통열차가 신기해서 티켓마저도 다 찍어두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05_02. 우연한 만남, 우리의 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