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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바라본 4.19 혁명의 핵심]

비폭력, 비용공, 비반미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화 사상 : 비폭력, 비용공, 비반미]


대한민국에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접하기만 해도 무장투쟁과 폭력시위란 관념을 떠올리며 숨이 가빠지고 핏빛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들이 2018년 학계에 아직도 적지 않다. 2016년 대한민국 촛불혁명의 정신은 비폭력주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촛불 이후를 대비하려면 러시아 혁명 당시 레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레닌의 개인적 인품은 우리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레닌의 혁명사상은 10월 혁명 이전에도 이후에도 일관되게 폭력적이었다. 그가 <국가와 혁명>에서 폭력혁명을 옹호한 것은 유명하다.


폭력은 비폭력을 계승할 수 없다. 비폭력은 오직 비폭력으로 계승되어야 한다. 폭력적 성향을 띤 급진 좌파에 맞서 자신만의 비폭력주의를 이어가고 그것을 햇볕정책에 반영하려 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4.19 혁명을 분석한 사례를 보자. 비폭력, 비용공, 비반미가 혁명 성공의 핵심이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분석을 오늘날 레닌 연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레닌을 연구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속한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특정 사상을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는 레닌의 혁명사상이 작금의 대한민국에 어떠한 보탬도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대한민국 지식인들은 19세기에 태어나 체카라는 비밀경찰로 인민들을 학살했고 내전으로 러시아 전체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레닌의 문제의식을 빌리지 않고서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분석하지도 못할만큼 능력이 부족한가? 촛불 혁명 이후에 급진적 먹물들이 쏟아내는 연구물들은 그들이 얼마나 시민들과 괴리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물에 다름 아니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점들을 존경하지는 않지만, 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찬 진보 진영에서 그분들이 대통령이 된 것은 정말 대한민국의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또한 결국 절대 다수 국민의 힘이지만 말이다.       


<김대중 자서전> 중에서 :

4.19 혁명은 즉각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학생 혁명이 이토록 완벽하게 성공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듯 혁명을 위대하게 만든 배경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4.19 혁명의 고갱이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첫째는 부정 선거에 대한 거국적 항거에는 야당인 민주당이 중심에 있었음을 알리고 싶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졸지에 잃었지만 부통령 후보의 선거전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이는 독재 타도를 열망했던 국민들에게는 분명 희망의 구심점이 되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3.15 마산 의거 때 부정 선거에 항의하며 시민들이 최초로 집결한 곳이 민주당 사무소 앞이었다. 시민들이 맨 먼저 달려가 투정도 부리고, 고발도 하고, 호소를 할 데는 역시 민주당이었던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고귀한 뜻과 순결한 용기가 있어 4.19는 혁명으로 완성될 수 있었지만, 그 속의 우리 정치인의 고뇌와 눈물도 후세에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중산층이 시위에 적극 참여했음이다. 중산층의 참가 여부는 시위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대 변수였다. 이는 곧 미국 측의 지지 여부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4.19에 중산층이 움직인 것은 비폭력, 비용공, 비반미 시위였기 때문일 것이다. 평화적인 시위가 중산층을 끌어냈고, 이 중산층이 미국을 움직였다. 

셋째는 국군이 중립을 지켰고,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았음이다. 국군이 국민을 적대시하지 않고, 맹목적 충성심에서 벗어나 사실상 국민의 편에 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4.19 혁명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선 민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국민들의 뭉친 힘은 어떤 난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현장에서 보았다. 과격한 주장과 폭력은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린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평범한 듯해도 변치 않는 진리였다. 나는 이후 4.19 혁명을 떠올리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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