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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1. 먼저 구글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를 입력하니,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나로서는 저 문장 가운데 무엇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코로나? 걸려 버렸다? "성인 인증을 통해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지만, 구태여 그렇게까지 해서 추가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는 2020년 10월에 초판이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의 저자인 김지호는 만 스물일곱 살의 활달한 청년이다. 그는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던 연휴 저녁, 코로나 바이러스가 횡행하는 가운데에서도 장례식장을 찾아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답례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그 자리에 왔던 친구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였던 것이다. 그는 강남구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식사 자리에는 여섯 명 가량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주인공인 김지호만 친구로부터 바이러스가 옮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손질해주었던 헤어 디자이너, 그가 자주 방문했던 집 근처 바인 <자생한방원>의 바텐더, 그와 함께 식사했던 가족 등 여러 주변인들도 삶의 변화를 겪었다. 프리랜서인 헤어 디자이너는 자가 격리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해 월세를 걱정해야 했고, bar는 잠시 문을 닫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이 났지만, 자가 격리 기간에 온종일 함께 있으면서 잠시 불화를 겪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되어 50일 동안 샤워도 제대로 못한 채 생활해야 했던 주인공 김지호의 삶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이상으로 김지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주변의 서늘한 시선과 외면이었다.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의 입장이 되자, 그는 내면의 경찰관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괜스레 자신이 죄인이라고 느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다.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을 방문했던 적지 않은 확진자에게 성적 차별을 겸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예민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퇴원한 뒤로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코로나 블루라는 제2의 병세를 겪게 된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숨을 돌리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향한 가볍지 만은 않은 발걸음을 천천히 뗀다. 8.15 집회를 주도한 특정 종교 집단들이 보여준 인간 이하의 행태에 분노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흔이 볼 수 있는 "평범한 악"을 경험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퇴원 후에는 가족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은 김지호는 기본적으로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삶에 긍정적인 사람이며, 잘 갖추어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칭찬할 줄 아는 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퇴원하던 날, 병원 문을 나섰다가 스타벅스를 들러 커피를 사서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 자신을 돌보아준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훈훈한 20대 젊은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드러난 사회의 민낯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오직 "연대의식"만이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김지호는 현재 브런치의 인기 작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시들 줄 모르는 2020년 12월, 그는 바이러스 감염을 직접 겪은 유경험자로서,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해 줄 말이 많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는 다른, 생생한 논픽션을 우리에게 전해준 김지호가 앞으로도 어떤 경험을 우리들에게 나눠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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