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혼자 몰랐던 내 우울증>은 30년 이상 의사 생활을 했던 정신과 교수 노무라 소이치로의 저작이다. '우울증'에 대한 이 책의 정의는 다소 혼란스럽다. 이 책은 감정과 인식 부분에서 개념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파트 제목은 <우울증일지도 모르는 여러 감정에 대하여>이다. 하지만 저자 본인도 혼란스럽게 지적하듯이, 우울증은 '병'이지 '감정'이 아니다. 우울증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무엇을 보고 듣든 즐거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괴로움도 느끼지 않는다. 어떤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 우울의 본질은 '에너지의 결여'나 '뇌의 브레이크 기능이 지나치게 발달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병으로서의 우울한 기분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마구 나오는 감정 상태가 아니다. '공허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25쪽)
기쁨이나 슬픔은 감정이다. 하지만 우울은 오히려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심리적 장애 상태이다. 감정은 비정상적일 수 없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비정상적 심리상태가 바로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다.
캥거루가 이 점을 유달리 강조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니 대신 어금니를 뽑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은 문제가 아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심적 상태가 문제이다.
우울은 에너지의 결여이다. 왜냐하면 감정 자체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감정이 텅 비어 있으니, 곧 에너지가 결여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이유로 우울은 '공허함'이다. 공허함 또한 감정이 아니다. 공허함은 감정이 결여되어 텅 빈 심적 상태이다. 이 때문에 우울증 환자는 감정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되며, 감정에 대한 회피나 배척 나아가서 제거 등의 여러 심리적 방어기제를 고쳐나가야 한다.
책의 중반 이후에서 저자는 "우울 사고 패턴"을 여럿 나열하며, 우울 사고 패턴을 교정하라고 알려준다. 우울 사고는 감정이 아니다. 우울 사고는 나와 내 감정, 내 몸에 대한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내 감정이나 몸을 타인과 비교하여 폄하하는 잘못된 사고패턴이 바로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우울 사고 패턴'이다. 따라서 우울증 완치를 위해, 나는 내 몸과 감정 대신 내 몸과 감정을 비하하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수정하는 편이 좋다.
캥거루는 김병수의 <감정은 항상 옳다>와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오늘 소개한 책과 함께 읽으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많은 분들과 이 책 및 관련 도서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