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를 잘 쳐다보지 않는다. 일을 할 때에는 스마트폰을 꺼놓고 있으며, 사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제1의 골칫거리가 바로 "까똑!"이라는 점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굳히고 살다 보니, 카톡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많은 유용함마저 놓치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후회할 일이 생기도 한다. 본디 안부 인사란 상호작용이다. 내가 단톡방이나 1:1 대화창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데, 타인이 내게 말을 걸어주거나 나를 챙겨줄 리는 만무하다. 나를 생각해주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나를 챙겨주지 않아도 인지상정이다. 그것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내 생일 때, 그렇게 친하게 지냈으면서도 미처 연락을 하지 못하고 살았던 A형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왔다. 카카오톡 상단의 "생일인 친구"에 내 이름이 떠서 연락했다는 것이다. 그 형이 홍콩에서 근무할 당시 핼러윈 시즌을 즐기러 직접 방문하여 먹고 자기도 할 만큼 막역한 사이였는데, 어쩌자고 그 형과의 연락을 잊고 지냈을까. 그 형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웃었지만, 나는 형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저께인 3월 8일, A형과 내가 속해 있는 단톡방에 며칠간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들어가 보니, 맙소사, 내 생일 바로 이틀 뒤인 3월 6일이 바로 형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3월 4일에 A형으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틀 뒤인 형의 생일을 챙기지 못했다. 전날 늦게 잠이 들었던지라 몽롱했던 정신이 한순간에 번쩍 뜨였다. 곧바로 A형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뒤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항상 사람 좋은 A형은 허허 웃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꼭 보자며 좋은 하루를 빌었다. 그러고 보니, 다년간 홍콩에서 근무하다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중반에 귀국한 뒤로 한 번도 형을 보지 못했다. 사람을 잊은 게으름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반성에 또 반성. <드래곤볼> 요약 동영상을 밤새워 볼 시간은 있으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니. 뭔가 내가 잘못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확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인조인간 18호와 크리링이 마침내 부부가 된 것은 봐도 봐도 감동적이다. <드래곤볼> 원작자인 토리야마 아키라는 연애 스토리에는 서툴러서 세계적 대작에 연애와 관련된 내용을 일체 넣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드래곤볼> 초반 모든 남성 독자들의 마음을 앗아가 버린 "런치"라는 여성 캐릭터를 어느샌가 스토리에서 제외했다. 그 이유는 스토리가 복잡해지고 확장되면서 "런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인 토리야마 센세이지만, 그래도 인조인간 18호를 만들어냈고 그녀를 크리링과 결혼까지 시켰으니 봐주겠다. 하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도대체 인조인간 18호와 무슨 관계란 말인가!
<기침을 하는 순간 착하고 파란 런치가 난폭하고 노란 런치로 바뀐다!>
<왜 결혼했을까!>
오늘은 3월 9일, 출퇴근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가만히 카톡 <생일인 친구>를 들여다보았다. 내 소중한 사촌 여동생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3월 4일, 내 생일 축하를 해주었었다. A형 사태로 인해, 나는 고맙게도 두 번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임신하여 휴직 중인 사촌동생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1시간 뒤에 그녀에게 즐거운 답장이 왔다.
요즘 내 유일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이다. "어떻게 하면 더 신날 수 있을까?"라고 치환해도 된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생일인 친구"란을 출근 셔틀버스에서 들여다본 뒤,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날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평소에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하루가 출근 버스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시부터 카톡을 보내는 것은 크나큰 실례가 아니겠는가! 적어도 8시를 넘겨서 출근 버스 안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하루를 굉장히 흐뭇하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