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앤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제안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 탄환, 자메이카 출신 우사인 볼트의 슬로 라이프를 살짝 엿볼까 합니다. 그의 삶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제가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한때 즐겨보았던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우사인 볼트의 모습과 대화에서 그의 슬로 라이프를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그는 톤네루즈라는 일본의 예능 듀오가 진행하는 <쿠와즈기라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2008년 9월 25일 방영분이지요. 톤네루즈는 이시바시 다카아키와 키나시 노리다케이라는 두 예능인으로 구성된 개그 듀오입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대선배 대접을 받는 뛰어난 예능인들입니다. 그들이 진행하는 <쿠와즈기라이>는 이시바시와 키나시가 각각 게스트를 초청한 다음 여러 음식들을 내놓고 상대방 게스트가 "싫어하는" 음식을 맞추는 방송입니다. 전지현이나 정우성 등 한국의 대형 스타들도 나온 바 있는 유명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휴 잭맨이나 우사인 볼트 등 서양의 유명인들도 다수 출연했지요.
제가 2008년에 이 방송을 보았을 당시에는 한글 자막이 달린 동영상이 꽤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부지런히 검색한 끝에 자막이 없는 해당 영상을 판도라TV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http://www.pandora.tv/view/kojaxs/33224386/#31210236_new
이 영상에는 우사인 볼트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분 전후로는 슬로 라이프와 관련된 흥미로운 꼭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능 프로그램은 속도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이라도 굼뜬 분위기가 있어서는 안 되지요. 뛰어난 예능인은 방송이 잠시라도 느리게 진행된다는 분위기를 내지 않도록 적절하게 멘트를 내고 진행을 이끌어야 하지요. 그런데 우사인 볼트는 느려도 너무 느리게 식사를 합니다. 숟가락을 천천히 들어서 한 입 떠먹고 우물우물 천천히 씹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느긋하게 숟가락을 담습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천재 예능인인 다카상(이시바시 다카아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느려 터진 식사 습관을 지적해서 단숨에 세트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지요. 우사인 볼트 또한 웃으면서 "나는 달리기는 빠르지만 동작은 느리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고 해서 그의 삶 전체가 조급할 필요는 없지요. 우사인 볼트는 달리기만 빠를 뿐, 일상생활은 느긋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삶 속에서 필요 없는 많은 부분들을 통째로 날려버린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단거리 육상에 몰입(flow)하고, 일상의 나머지 부분들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지요. 식사 속도도 느리지만, 심지어 그의 걸음걸이도 매우 느립니다. 흔히 말하는 건들건들한 스타일이지요. 슬로 라이프는 단순히 느린 삶이 아니라,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에 끄달리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 구애받지 않고 깊이 침잠하고 몰입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슬로 라이프는 슬로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리듬을 지칭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미할 가치가 있습니다. 우사인 볼트가 1마일(1.6km) 이상은 달려본 적이 없다는 농담(?)을 싣고 있는 기사를 링크하며 오늘의 짧은 글을 마치겠습니다.
https://www.huffingtonpost.kr/2016/08/18/story_n_11582184.html